오지는 현대문명과 단절된 땅이다. 그래서
차츰 그영역을 잃은채 지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오지는 현대인의 잃어버린 고향이나 다름없다. 그곳에는 우리가
지켜야할 삶의 원형이 「화석」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지 사람들의 삶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 잇따라 출간됐다.

실천문학사의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와 푸른숲의
「지상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그것이다.
이 두 권의 책에서 우리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생장곡선을 그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순박한 삶을 본다. 그리고 자연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현대인의 오만함도 되돌아보게 된다.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는 시인 이용한 씨와 전문사진가
심병우 씨가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전국의 오지를 두루 찾아다니며
그곳에 사는 이들의 과거와현재, 슬픔과 기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곳만의 질박한 향기도 담았다.

물이 아름다운 마을 정선군 가수리에서 탑은 있으되 절이 없는 곡성군
탑선마을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이 저자의 탐사대상이었다. 굴피집과
너와집, 귀틀집, 투방집 등 원시적인 형태의 집도 살폈고, 마을어귀에
깃든 전설도 들어보았다.

저자는 의문을 표시한다. 그리고 못마땅해한다. 새마을운동이 한창
전개되던 「70년대부터 이들 희귀가옥은 급속히 자취를 감추었다.
정부의 」독가촌 정리사업「으로더이상 살아남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지체높은 양반들의 기와집은 위세를 잃지 않고 그대로 서 있다.
아니, 정부의 보호정책에 힘입어 더욱 기세등등하다. 민가는 민속촌과
한옥마을에서나 박제된채로 겨우 더듬어볼 수 있을뿐이다.

「지상에서 사라져가는 사람들」은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수석고문관으로 일했던 김병호씨 등 3인이 썼다. 이들은 티벳 고원에서
미얀마, 타이, 인도의 벽촌에이르기까지 장장 2만km의 대장정을 한
끝에 이 책을 하나 얻었다.

만난 소수민족만도 50여개. 여기에는 」80년대 들어서야 겨우
존재사실이 알려진티벳의 두룽족도 포함된다. 저자들은 각 부족마을을
찾아다니며 문명사회에서는 볼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삶의 현장과
만났다.

매매라는 경제활동 자체가 없는 두룽족의 경우는 소유의 노예가 돼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케 한다. 모자라면 얻어쓰고 남는
것은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생활신조를 그들은 갖고 있다. 누족마을에서
만난 한 노인은 필요한 게 있느냐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 『부족한 게
없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저자는 무분별한 개발논리로 이들의 생존의 터가 좁아져가는 것을 몹시
안타까워 한다. 환경파괴가 수반되는 이런 개발은 이들의 생존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위협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