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발탄'은 한국인에게 '시민 케인' 같은 영화다. '시민 케인'이
언제나 1위 자리를 차지하듯 유현목 감독 '오발탄' 역시 여러 조사
에서 최고 걸작으로 줄곧 꼽혔다. 실존인물을 묘사했다고 해서 버림
받았던 '시민 케인'처럼, '오발탄'도 사회 어두운 면만 부각시켰다
고 5·16후 상영금지됐다.
'오발탄'은 이범선 소설을 영화화했다. 시기는 전쟁 직후. 누추
한 집에 가족이 바글대며 살아간다. 큰아들(김진규)은 성실하게 직
장생활을 하지만 짓눌러오는 현실 앞에 무력하다. 둘째(최무룡)는
은행을 털다 경찰에 쫓긴다. 노모는 북녘 고향을 그리며 "가자,가자"
고만 외친다. 여동생은 양공주로 몸을 판다. 만삭 아내까지 아이를
낳다 죽는다.
실존주의 색채가 짙은 '오발탄'은 6·25후 암담한 사회를 사실적
으로 묘사했다. 분단과 빈곤, 부패와 타락 같은 총체적 악몽 속 길
잃은 주인공 모습에서 유현목 감독은 한국인의 암울한 자화상을 보
았다. 유 감독은 "선량한 시민이 감당할 수 없는 패배와 굴욕을 표
현했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이용관씨는 "해방과 6·25가 남긴 상
흔을 냉철하게 투시함으로써 이 땅 영화미학이 갈 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영화는 제작과정도 암울했다. 제작비 대기가 어려워 1년여만
에 간신히 완성했다. 배우와 스태프 대부분이 개런티도 받지 못했다.
'오발탄'은 빈곤으로 단련한 형형한 눈빛들이 모인 '절망의 걸작'이
었다.
(* 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