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1시반쯤 국방부 기자실. '장관급 장교(장성) 인사보도'라는
보도 자료가 전해졌다. 최근 북한 잠수정 양양 침투사건과 동해 무장간첩
침투사건과 관련, 경계 실패에 대한 지휘책임을 물어 해군 1함대 사령관
(소장),육군 68사단장(준장) 및 102여단장(준장)을 보직해임하고 상급 부
대장인 해군 작전사령관과 육군 8군단장을 경고조치했다는 내용이었다.
국방부의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무장간첩 침투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문책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기와 방법을 놓고 군
내에선 볼멘 소리들이 적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무장간첩과 잠수정 등을 찾기 위해 연일 밤을 새가며 수색작전을
지휘중인 야전 지휘관들을 '작전중에' 교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는 지적이다. 수색작전이 어느정도 종료된 다음에 이들에게 책임을 물었
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또 이날 국방부의 전격적인 조치는 지난달 22일 발생한 잠수정 사건
이후 군 관계자들이 일관되게 '호소'해온 주장과도 맞지 않는 것같다. 군
관계자들은 "왜 잠수정을 못잡고 뚫리느냐"는 지적에 대해 "작은 잠수정
을 잡아내는 것은 첨단 장비로도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또 북한 공작원들이 양양 인근 해안에 한때 침투했던 데 대해서도 "90
년대 들어 국민편익 증진 차원에서 해안 철조망을 대거 철거하고 방위병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해안 경계병력이 대폭 감소, 주민신고에 의존하지
않고는 철통같은 해안 경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지난달 잠수정 침투 사건 직후 비등하는 문책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방
부는 이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경계 실패가 확인된 지휘관들을 전혀 문책
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함께 책임을 물었다. 그런 국방부가 작전중인 지휘
관들을 보직해임시킨 것은 결국 스스로의 논리를 뒤엎은 셈이다. 이번 인
사를 보면서, 국방부가 좀더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중심을 잡고 일
관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