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8장 변경의 어떤 아침 ⑮ ##.

술을 샀다는 게 명훈의 권위에 또 다른 보탬이 돼 어느새 셋은 바로
명훈 밑에서 노는 똘마니들처럼 나왔다.

"형님 제 이름도 모르시죠? 스물 셋이고 박태식이라고 합니다만….".

동네 어귀 복덕방에 빌붙어 지내는 건달이 그렇게 뒤늦은 자기 소개
를 했고 이어 둘도 이름을 밝혔다. 땜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녀석은
이태우란 토박이 출신의 건달이었고, 나머지는 태식과 함께 굴러든 외지
건달로 강형대라 했다. 원래는 보다 크고 시세 좋은 복덕방에 함께 빌붙
어 지내던 처지였으나 작년의 전매조치 이후 부동산 경기가 죽어 그 복
덕방이 단지를 떠버리자 지금은 따로 떨어져 지내는 듯했다. 말하자면
계보 있는 건달들은 아니었다.

명훈이 자신들을 받아들여 주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갑자기 말이 많아
졌다.

별로 대단했을 것 같지 않은 그곳의 황금시절을 회상하는 것과 아울
러 자신들의 관록을 과장해 내비치는 말로 한동안 명훈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화제가 명훈의 전력으로 옮아갈 무렵 명훈이 그들의
물음을 자르고 진작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태식이라고 그랬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예, 물어보십쇼. 형님.".

"너도 딱지 같은 거 산 거 있냐? 이번에 된통 걸린 전매딱지…."
"아뇨. 저 같은 게 어디 그만한 팔자가 됩니까?".

"아까 들으니 여기서 좋은 시절도 있었던 것 같던데. 작년 봄만 해도
한달벌이면 딱지 한 장 사고도 남겠던데…."
"아이구 형님두, 그거 아직두 모르십니까? 그렇게 번돈 그렇게 나간
다는거. 그때 여기두 술과 계집애들이라면 무교동 뺨쳤다구요. 하긴 저
새끼 같은 곰두 있지만.".

태식이 그러면서 강형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년을 가리켰다.

"저 새끼 진작에 독한 기집애 만나 살림 차리더니 어영부영 딱지까지
한 장 마련하더라구요. 하기야 이제와서는 휴지나 다름없이 되었지만서
두."
"그렇다면 넌 팔 걷어붙이고 나설 이유가 없잖아? 오늘 여기는 친구
따라 강남 온 거야?".

그러자 태식이 대뜸 입에 거품을 물었다.

"아닙니다. 저도 피해잡니다. 빌어먹을 새끼들, 이렇게 쌍지팡이 들
고 서슬 푸르게 나설 거면 왜 진작 말리지 않았냐 이겁니다. 일년 이상
이나 전국에 투기꾼들이란 투기꾼들은 죄다 몰려 요란 법석을 떨어도 못
본체하다가 이제 와서 이게 뭐냐 이겁니다."
"그렇지만 네가 직접 피해를 본 건 없잖아?".

"밥줄을 끊어놨는데, 이보다 더 큰 피해가 어딨습니까? 봉천동 난곡
동에서는 안된다, 안된다 으름장 놓다가도 막상 때가 되서는 슬그머니
전매를 인정해놓고 여기서만 유독 급수를 올리는 건 뭡니까? 어제 그제
까지 봐줄 듯 봐줄 듯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