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시 중앙병원에는 한국인 '독토르 킴(Doctor Kim)'
이 있다. 암병동 외과전문의로 각종 수술을 전담하는 그의 이름은 김시원
(46). 검은 환자들과 함께 생과 사를 오간 지 5년 된 베테랑이다.
그동안 진료 4천여회, 수술만 1천회가 넘었다. "말라리아도 많지만 암
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20대 암 환자도 흔하니까요."
이젠 현지인 병 증세와 의료환경에도 훤하다.
김씨가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 건 93년 10월. 한국국제협력단의 의료단
파견 프로그램에 자원했다. 아산재단 홍천병원 일반외과 과장직도 미련없
이 버렸다. "하느님 앞에 떳떳할수 있게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다
행히 제가 가진 의술은 남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이었죠.".
결국 카메룬에서 새 인생을 시작했지만, 생각한 것 만큼 일이 쉽진 않
았다. 무엇보다도 질서와 치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카메룬이었다. 결
국 1년만에 재산 1호 자가용을 도둑맞았다. 병원 상황은 안타까운 일의
연속이었다. "의약품이나 수술도구가 충분치 않아, 진료비를 미리 내지
못하는 환자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요. 장 파열인데 당장 수술비가 없
어죽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한국에서 보내오는 약품을 총동원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보람도 없지 않았다. 완쾌된 환자들은 파파야, 망고, 파인애플
등을 선물로 들고 왔다.
김씨가 요즘 주력하는 것은 '선교진료소' 활동. 지난 4월 개원한 진료
소에서 하루 40여명의 현지인 환자들을 돌본다. 김씨는 "이 진료소가 자
리잡을 때까지 남은 인생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선진국들의 더 많은 의료지원을 필요로 합니다. 국가간
경제교류도 좋지만, 아파하는 지구촌 이웃을 살리는 인류애가 먼저 아닙
니까.".
(* 이종혁기자·chlee@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