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러시아의 조성우 주러 참사관 추방에 대해 '맞추방'으로 대
응한 데 대해 러시아측이 다시 추가조치 검토라는 강경한 입장을 시사해,
한-러 관계가 수교이후 최대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의 카라신 차관은 한국측의 맞추방 조치후 즉각 이인
호 주러대사를 불러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맞추방 조치 취소를 요구
하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러시아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러시아가 추가조치를 취할지는 하루 이틀 두고 보아
야 할 것 같다"면서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
다.
러시아 정보 소식통은 추가 추방 인원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상
황이다.
정부는 대러시아 관계는 특히 북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
서 '솔로몬의 해법'을 찾느라 온건한 문제해결 방식도 검토하며 장고를
거듭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조 참사관에 대해 추방조치를 취하는 과정이 우방
국간의관례를 깨고 공공연하게 이뤄졌으며, 빈협약을 위반하면서까지 조
참사관을 억류했고, 언론에 이를 공개한 점 등은 도저히 그냥 묵과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 결국 득세했다.
정치적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선을 러시아측이 넘어버렸기 때문에
최소한의 외교적 체통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맞추방이라는 보복조치를 택하면서도, 양국관계를 악
화시키는 초강경 카드는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96년 4월과 8월 영국과 러시아는 각각 1명, 4명씩의 외교관을 맞추
방했으나 양국관계에 금이 가지는 않았으며, 지난 3월 노르웨이와 러시아
는 외교관 2명씩을 맞추방했으나 그 직후 노르웨이 국왕이 예정대로 러시
아를 방문했던 예를 들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한-러 관계는 이미 경색 국면
으로 변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조 참사관 추방조치 이후 이미 양국간 협의 채널이 사실
상 끊어진 상태에서 러시아 외무부쪽의 '차가운 반응'이 나온 셈이다.
관건은 공을 넘겨받은 러시아가 과연 추가조치를 취하느냐이다.
만약 러시아가 실제로 외교관 추가 추방조치를 취할 경우 양국 관
계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다시 추가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4자회담에서의 소외 등 한국이 자신들을 홀대
한다고 섭섭해하고 있던 처지인데다, 러시아 국내 사정이 복잡하기 때문
에 당분간 강경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러시아로서는 경협차관 14억달러 반환문제 등 한국과의 각
종 현안을 애써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정부로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는 결코 원치 않고 있으므로,
향후 며칠간 일정선에서 공세를 자제하고 원만한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양측 사이에 이러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고
위 레벨의 깊숙한 채널이존재하는지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