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꿈을 싣고 흐르는 볼을 11번홀컵이 날름 삼켜버렸다. 장
장 92홀에 걸친 혈투. 박은 멋진 버디 퍼팅으로 무서운 '복병' 슈와
지리폰을 꺾었다. 아니, 피를 말리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내 승리했
다.

7일 새벽 1시(한국시각)부터 열린 US여자오픈골프대회 연장전. 블
랙울프런GC의 신은 박세리를 등진 채 슈와지리폰에게 먼저 미소를 보
냈다. 1번홀(파4)에서 슈와지리폰의 6m짜리 칩샷이 홀컵에 꽂힌 것이
출발. 5번홀까지 박세리는 보기1개, 슈와지리폰은 버디3개. 박은 5개
홀에서 무려 4타나 밀렸다.

박의 첫 전기는 6번홀(파3). 슈와지리폰이 워터해저드에 볼을 빠
뜨린 뒤 스리 퍼트까지 하며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박은 파 세이브로
막아 차이는 1타. 하지만 박은 8번홀(파3)서 1.5m짜리 파 퍼팅, 9번
홀(파4)서 1m자리 파 퍼팅에 실패하며 전반을 2타 뒤진 채 마감했다.

박의 승부사 기질은 후반에 빛을 발했다. 11번홀(파4)과 12번홀
(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처음 동타를 이뤘다. 박은 14번홀서 또
다시 버디를 잡았다. 슈와지리폰이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박의 1타
차 역전이었다.

15번홀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박은 침착한 아이언샷으로 탈출에
성공했으나 2.5m 파퍼팅에 실패, 보기를 범하며 다시 동타가 됐다.

18번홀(파4)은 대회 최대의 고비. 박의 티샷이 물가에 떨어졌다.
그러나 박이 물속에 들어가서 A웨지로 멋지게 탈출하자 이번엔 오히
려 슈와지리폰이 흔들렸다. 나란히 보기가 되며 승부는 서든 데스로
넘어갔다.

10번홀(파5)에서 나란히 스리 온. 박의 버디 퍼팅은 홀컵 오른쪽
으로, 상대의 버디 퍼팅은 왼쪽으로 살짝 돌며 둘다 파가 됐다.

드디어 92번째홀인 11번홀. 역설적이게도 '무덤'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홀에서 박세리 신화는 살아났다. 둘은 나란히 투온에 성공했
다. 슈와지리폰이 먼저 퍼팅. 공은 홀컵 왼쪽으로 흘렀고 그는 파로
마감했다.

남은 것은 박세리의 5.5m 오르막 버디퍼팅. 조금 세다 싶을 정도
로 힘차게 구른 공은 그대로 홀컵에 떨어졌다. 아버지의 혹독한 훈련
에도, 수많은 대회에서의 우승감격에도 끄떡 않던 '세리 팩'도 이번
엔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