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영광 뒤에는 숨은 공로자들이 여럿 있다.
이들을 빼고 박세리의 메이저대회 2연승을 말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평생스승인 아버지 박준철씨(48)와 세계적인 레슨프로 데이비드 리드베터, 전담캐디
제프 케이블(43), 그리고 유성CC(회장 강민구)가 그렇다.

▲아버지 박준철씨

지난 86년 하와이 이민 시절, 10살난 박세리의 고사리 손에 처음
클럽을 쥐어준날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아버지는 박세리 골프의 절대적인
존재다.

골프 경력 15년에 지금도 70대 초반을 치는 박준철씨는 박세리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로는 생업을 제쳐두고 밤낮으로 딸에게 골프를 가르쳐왔다.

때로는 불같은 호통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위로로 딸을 조련해 온
박준철씨는 리드베터에게 지도를 받는 지금도 박세리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코치다.

박세리가 이번 대회 3라운드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리드베터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단언한 것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가장 잘 드러낸 대목.

L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부진이 계속됐지만 이번 대회는 아버지가 곁에 있었기에
박세리의 마음은 한없이 편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 리드베터

닉 팔도와 닉 프라이스, 그렉 노먼, 톰 왓슨,커티스
스트레인지,어니 엘스 등 기라성같은 톱골퍼들이 그를 거쳐 갔다.

여기에 박세리가 그의 첫 여성프로 제자로 이름을 올렸다.

리드베터는 지난해부터 1년동안 박세리의 지나친 오버스윙을 간결하고도 파워넘친
스윙으로 바꿔놓고 크로스퍼팅그립으로 퍼팅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켜
1년만에 박세리를 일약 세계적인 선수로 바꿔놓았다.

신체적.정신적 장단점 보완은 물론 빠른 미국무대 적응을 위해 영어교육까지 시키는 등
다방면에 걸쳐서 박세리의 능력을 키우는데 노력한 그는 지난 맥도널드 대회때
아버지가 위독해 필드에 직접 나가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TV시청후 전화로 스윙자세를
지적하는 열성을 보였다.

결국 박세리는 리드베터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세기를 다듬었고 리드베터도 세계가 놀란
박세리의 데뷔 첫 해 메이저 2연승으로 그 진가를 더하게 됐다.

▲캐디 제프 케이블

아버지 박준철씨가 그린밖에서 박세리의 정신적인 지주라면 전담
캐디 제프 케이블은 라운딩 도중 박세리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존재.

함께 그린을 돌며 위기때 격려를 아끼지 않고 기술적 도움도 주는 그는 박세리우승의
조연격이다.

연장 라운드 마지막 18번홀에서 박세리의 티샷이 해저드옆 깊은 러프에 빠졌을때 그는
박세리의 과욕을 자제시켰다.

어떻게든 세컨샷을 온그린시켜보려는 박세리의 무리수를 끝까지 막은 것이
결국 서든데스끝에 우승을 차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해 삼성세계여자골프대회에서 발 스키너(미국)의 캐디로 한국을
방문했을때 박세리와 우연히 같은 조에서 라운딩한 것이 둘의 첫 만남.

케이블은 『평소 말이 별로 없던 박세리가 그린에서 샌드위치를 한번 먹어보라고 권한
것이 결국 그의 캐디가 된 발단』이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그는 결국 박세리의 LPGA투어 테스트에서 처음 호흡을 맞춰 공동 우승한 이후메이저
대회 2승을 함께 이뤄내 찰떡 콤비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유성CC

유성CC는 박세리 골프의 모태다.
박세리는 유성초등학교 5년때인 90년부터 자질을 눈여겨 본 강민구회장의 자상한
배려로 일찍이 필드적응 훈련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

유성CC에는 지금도 골프장측의 파격적인 지원으로 「제2의 박세리」를 꿈꾸는
수많은 중.고생들이 부담없이 라운딩을 하고 있다.

대전시골프협회 추천선수의 경우 평일에 한해 부킹이 보장되며 그린피 역시
회원대우를 해주고 있다.

이밖에 유성CC가 앞으로도 「제2의 박세리」를 길러낼만한 여건은 많다.
매년 골프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한 경기를 개최해 상위 입상자들에게 격려금도 주고
지난해에는 20억원을 들여 주니어들이 염가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옥외 연습장도
만들었다.

박세리외에도 「한국 여자 아마추어의 간판」으로 성장한 장정(유성여고)을 비롯해
김종명(상무)과 서종현.종철 형제(프로입문) 등 10여명이 넘는 스타골퍼들을 배출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