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 계획이 발표된 3일 충남 연기군 동면 국정교과서 직
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일부 사무직 직원들은 "행여나 했는데…"
라며 사무실 천장만 바라 보았고, 여기저기 모여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
는 모습도 보였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오후에 인쇄기를 중단시키고 농성
에 들어가기도했다. 기획조정실 김신규(54)씨는 "공무원 보다 낮은 보수
에도 직원들이 묵묵히 일해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즉각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된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등 5개 공
기업 직원들과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를 비롯한 단계적 민영화 대상 기
업직원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매년 수천억씩 흑자를 내
는 기간산업이 몽땅 외국인에게 팔리는 거냐"는 등 불안감을 내비쳤다.
한국중공업 창원공단의 한 직원은 "얼마전 외국업체로 넘어간 삼성중
공업의 바뀐 간판을 보고 씁쓸해 했는데, 이젠 우리가 당사자가 됐다"고
했고, 포철 서울본부 이모(35)씨는 "민영화 홍역에 단단히 대비 해야겠
다"고 말했다.
지난달 부실기업 퇴출판정이후 이날 공기업 민영화 발표까지 이어지는
구조조정에 직장인들은 사상 초유의 실업 한파를 겪고 있다. 55개 퇴출
기업 근로자 3만여명과 5개 퇴출은행 직원 9천명중 상당수가 하반기부터
실업급여 행렬에 줄을 서게 됐고, 이번 민영화 대상 기업 직원 14만5천
여명도 실직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대형
사업장의 정리해고, 대형 시중은행의 합병과 인수, 6대 그룹 이하 대기
업계열사와 종금사 등 제2금융권 퇴출 등 잇단 구조조정 일정이 예고되
고 있어 거센 감원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인사과에서 이메일을 보내면…', '보고라인이
아닌 상사가 부르면…' 식의 '회사 괴담'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제일은
행 구로동 지점의 이모(34) 계장은 "외국은행과의 합작설을 들은 뒤 밤
잠도 못이루고, 별별 소문이 나도는 회사에 출근하기가 무섭다"고 말했
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한 리스사의 배석표(33) 과장은 "경영진측
은 별말이 없고,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불안감에 살이 빠져
예전에 작아서 입지 못한 바지를 다시 입고 다닌다"며 허탈해했다.
(*조형래·hrcho@chosun com*)(* 신용관기자·qq@chosun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