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던 한 일본 남성이
13년만에 무죄로 풀려났다. 사건 당시 각종 정황증거로는 그가 범인일 가
능성이 컸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고, 법원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의자에
유리하게'라는 법리를 따랐다.
'일본판 O J 심슨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81년11월. 당시 33세이던
미우라 가즈요시(삼포화의·수입잡화판매상)는 결혼 3년째인 부인 가즈미
(삼포일미·당시28세)와 미국을 여행중이었다. 두 사람이 로스앤젤레스의
한 건물 주차장에 내려섰을 때 돌연 괴한이 나타나 총격을 가했다.
부인 가즈미는 머리에 총탄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져 결국 1년 뒤 숨
졌다.
미우라 역시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 미우라가 부인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장면이 TV로 방영돼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사건은
단순 강도살인사건으로 처리됐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던 사건이 다시 터져나온 것은 그 3년 뒤. 주
간 분슐(문춘)이 '의혹의 총탄'이란 제목의 연재기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
을 파헤치고 나섰다. 감춰졌던 진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부 사
이가 안 좋았다. 미우라가 사건 전 부인 명의로 들어둔 1억6천만엔의 생
명보험금을 타갔다….
총격 사건 3개월 전엔 살인미수(구타)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
났다.
미우라 부부가 머물던 LA의 호텔방에 누군가 침입, 부인의 머리를 망
치로 때려 상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일본에 온통 대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고, 드디어 구타사건의 범인을 잡아냈다.
망치를 휘두른 범인은 미우라와 내연의 관계에 있던 전직 여배우. 이
여배우는 경찰에서 "미우라로부터 부인을 살해해달라고 부탁받았다"고 자
백했다. 검찰은 미우라와 여배우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1, 2심 모
두 유죄판결). 3년 뒤에는 미우라를 총격살인 사건을 교사한 살인공범으
로 추가기소했다.
하지만 총격사건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발견되지 않았고, 청부를 받고 총을 쏜 범인도 찾아내지 못했다. 대신 검
찰측은 살해를 부탁받았다는 여배우의 증언과 생명보험에 가입한 점 등의
정황증거를 제시하며 유죄를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검찰주장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도쿄 고등재판소에선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간접사
실(정황증거)이 아무리 많더라도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는 게 판결이유였다. 미우라는 인생의 전성기를 감옥에서 보
내고 만 50살이 돼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