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밧줄, 야구 방망이 등으로 무장…체포된 사람 중엔 한국인도 ##.


98 프랑스 월드컵은 훌리건들 때문에 얼룩지고 있다. 원래 '깡패'를
뜻하는 이 말은 이제 축구장 주변의 난동꾼들을 일컫는 말로 굳어지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훌리건들의 난동은
유난히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지난 6월14일 영국의 훌리건들이 남부 프랑스 마르세이유 항을 공포
의 도가니로 몰아넣더니, 6월21일 북부 프랑스 랑스에서는 독일 훌리
건들이 프랑스 경찰관 1명을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폭력을 휘둘렀다. 파
리,리옹 등지에서 국소적으로 벌어지는 훌리건들의 난동도 적지 않다.

당초 프랑스 당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알제리 극렬 무장단체들의 테
러,중동 테러단체의 준동 등을 경계했었다. 보안의 촛점도 주로 테러리
스트에 맞춰 있었다.그러나 7월12일 끝나는 월드컵 폐막식을 앞두고 속
단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98년 프랑스 월드컵의 '테러리스트'는
훌리건인 셈이다.

프랑스 정부는 훌리건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은 훌리건들의 행동을 "결코 용납할수 없는 비극적 폭력"이라고 규정했
고,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훌리건들의 "비겁한 행동과 폭력"을 비난했다.

영국 토니 블레어총리,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 등도 "훌리건들은 우
리의 진정한 수치"라고 이들을 나무랐다. 블레어 총리는 프랑스 땅에서
훌리건으로 낙인찍혀 영국으로 추방당한 축구팬들에 대해 그들의 직장
에 연락, 해임토록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르몽드신문은 "유럽에서는 유독 영국 훌리건들이 악명을 떨치고 있
으며, 이들은 술에 취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폭력적일 뿐더러 인종차별
주의자들"이라고 이들의 신분을 분석하기도 했다.

르파리지엥 신문은 프랑스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독일 훌리건들의 신
상 명세서를 게재, 이들이 어떠한 사회적, 가정적 배경을 갖고 있는 인
물인지를 낱낱히 밝혔다. 훌리건들의 정체를 사회학적으로 밝히려는 시
도도 있었다.

● 뱅크스 영국 체육장관 "술취한 금수들".

부유한 가정, 훌륭한 학교성적, 버젓한 직장을 가진 경우도 적지 않
았고, '스킨헤드'로 빡빡 깎은 머리에 온몸을 문신으로 물들인 극우 극
렬주의자들도 많았다.

이들은 자국의 경기가 있는 날, 혹은 그 전날 모종의 사건을 일으키
고있다. 쇠밧줄, 야구 방망이 등으로 무장한 훌리건들은 우선 바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빨리 취하기"의 의식을 치른 다음 거리로 뛰쳐
나왔다.

누가 먼저 충돌을 일으켰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이들은 싸울 준비가
돼 있었고, 때로 나치식 인사를 나누기도 했으며 "백인의 긍지"를 내
세우는 족속이기도 했다. 영국과 독일의 훌리건들은 경찰에 붙들렸을
때 대부분 혈중알콜 농도가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들은 대중신문에 의해 부추김을 받는 경우도 있다. 6월15일자 영
국 데일리 스타 신문은 상대팀인 튀지니인들을 가리켜 "그들을 박살내
러 가자!"는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

훌리건들의 6월14일 난동으로 36명이 입원했고, 50여 명이 체포됐
다. 수십 곳의 가게 진열창이 부서졌으며, 곳곳서 자동차가 뒤집어지기
도 했다. 돌멩이와 최루탄이 난무, 도시 한복판을 자욱이 뒤덮었다.

일찌기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는 훌리건을 "동물"에 비유한 바 있
다. 이번 마르세이유 소식을 접한 토니 뱅크스 영국 체육장관도 "술취
한 금수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훌리건들은 당초 축구에 관심도 없고, 월드컵은 핑계에 지나지 않으
며 오로지 상대팀 응원단에 시비붙어 한판 난동을 피우는것이 목적이라
고 한다.

2006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뛰고있는 영국 축구연맹 회장 톰 펜드리
의원은 "이것은 수치"라면서 안타까워했다.

주불 한국 대사관도 6월20일 한-네덜란드전을 앞두고 마르세이유 시
당국에 우리 응원단의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공한을 발송하는 한편, 네
덜란드 대사관측과 양측 응원단의 안전 도모를 위한 실무회의를 갖기도
했으나 우리가 네덜란드에 워낙 대패를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별탈없
이 지나갔다.

프랑스 당국은 현재 영국 독일 등 주요 문제 국가 훌리건들의 유럽
내 이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평상시에는 국경 통
제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는 프랑스∼독일, 프랑스∼영국 사이에 경찰
의 검문검색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영국의 경기가 있는 당일과 전날에는 모든 차량을 검
색, 훌리건 혐의자들의 입국을 차단하고 있다. 국경에서 입국을 거절당
한 경우는 6월28일 현재까지 약 4백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2백여명
은 영국과 연결되는 영불 해협의 칼레 항에서 차단됐다고 프랑스 당국
은 밝혔다.

또 프랑스 법무부는 6월28일 이번 월드컵 개막(6월10일) 이후 모두
111명이 난동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고 발표했다. 이중 16명은 미성년
자였다.

이중 주동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95명을 국적별로 보면 프랑스인
30명, 영국인 25명, 독일인 13명, 네덜란드인 5명, 터키인 5명, 도미니
카인 2명, 브라질인 1명 등이고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한국인 1명이 포
함돼있다.

● 멀쩡한 사회인이 `깡패'로 돌변.

훌리건들을 획일적으로 구분하기는 힘들다. 이들중 일부는 멀쩡한
사회인이기도 하기 때문에,축구장 주변에서 깡패로 돌변하는 경우를 제
외하고는 흠잡을 때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예컨대 "독일에는 3천 여명의 훌리건들
이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경찰 당국에서는 오랜 동안 추적, 비
디오 카메라 분석, 과거의 전과 기록 등을 토대로 이들의 명단을 작성
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훌리건들 중 상당수는 신나치 그룹과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근본적으로 축구가 문제가 아니라
축구를 빙자한 구원 해소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들이 프랑스 신문과 인
터뷰에서 실토하고 있는 단어들은 근본적으로 프랑스 자체에 대한 증오
를 숨기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프랑스가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입장권을 불공정하게
배분했다는 것이 이들의 난동 명분이다. 그 때문에 길거리에서 유리창
너머로 TV를 통해 자국 경기를 관람할 수밖에 없었으며, 프랑스 경찰들
이 경기장 주변에 접근하는 것조차 통제했다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있
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훌리건 뿐만 아니라 입장권 때문에도 적
잖은 스캔들을 일으켰다. 일본, 독일, 영국 여행사들이 대량으로 입장
권을 예매하고 대금까지 지불하고 응원단에 파리에 도착했으나 정착 입
장권이 확보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의 수익사업 회사에서
중간 간부 몇몇이 농간을 부렸다는 흔적을 수사당국과 언론이 집요하게
쫓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 '유령 티켓' 사건들은 시비꺼리를 찾고있
는 훌리건들에게 폭력 행사의 빌미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 프랑스경찰들이 월드컵 경기장의 접근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인
상을 주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6월25일 파리에 있는 파르크 데
프렝스 경기장에서 한국-벨기에 경기가 펼쳐졌을 때도 관중들은 경기장
으로부터 1천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차량을 하차,이후 여러곳의 경찰 통
제선을 지나야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월드컵 방문객에게 친절과 편의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지보다는 모
든 것을 보안과 안전 위주로 하고 있는 셈이었다. 몇몇 VIP를 제외하면
지체부자유자들도 자동차로 경기장에 접근하는 것이 곤란했다.

프랑스 월드컵의 앞으로 남은 경기는 7월12일의 결승전에 접근할수
록 중요해지기 때문에 훌리건들의 행동도 더욱 난폭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프랑스 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입장권의 암시장도 더욱 뜨거워
질 것이고, 경찰력도 더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결승에 접근하는 나라
는 축구도 강국이지만 훌리건의 전통도 유구(?)한 나라가 적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