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은행 발표가 임박한 29일 새벽, 안전관리업체 에스원과 한국
보안공사에는 "은행문을 따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퇴출은행 각 지
점의 출입문을 열어달라는 경찰과 금융감독위원회의 요청이었다.
사실 두 업체는 전날인 28일부터 "문을 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었다. 은행과의 계약에 충실하자면 계약 당사자의
요청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일요일인 이날 퇴출은행들로부터는 아무
런 연락이 없었고, 29일엔 은행 직원들이 자신들이 근무하는 지점으
로 출근도 안했다. 은행측 안전관리실과 접촉을 해봤지만 모두들 묵
묵부답.
상황이 이렇게 되자 퇴출은행 지점-본점 6백19곳 중 절반이 넘는
곳과 계약을 맺은 에스원은 긴급 회의를 열어 안전관리 계약을 맺은
은행의 문을 따주라는 지침을 각 지사에 내렸다. 거래 은행과의 계약
위반이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다만 경찰과 금융감독위 등 '공권력'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은행문을 열어주도록 했다. 퇴출은행 지점 2백
88곳과 계약을 맺고 있는 한국보안공사도 비슷한 지침을 정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두 업체의 순찰대는 29일 오전 7∼9시사
이 퇴출은행 각 지점들을 뛰어다니며 부지런히 '계약위반'을 해야 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