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첼시까지 대동한 미국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방중 첫 기착지인
시안에서 '황제' 예우를 받았다. 건국 2백년을 조금 넘은 국가지도자
가 5천년 역사의 중국 고도를 황제처럼 입성하는 장면은 만감을 교
차케 했다.

시안은 한에서 당에 이르는 1천여년간 12개 왕조의 도성으로 진시
황릉을 비롯한 찬란한 중국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곳 남문에서 당나라 당시 황제가 누렸음직한 환영식을 받았다. 당
악을 들으며 오색 용의 깃발과 붉은 등으로 장식된 성문을 시녀들 안
내로 통과하는 의식은 분명 '파워 이벤트'였다.

자존심 강한 중국이 클린턴을 이처럼 극진히 모시는(?) 것은 양국
간의 껄끄러운 현안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또 자
국 문화를 전세계에 과시하겠다는 속셈일 수도 있다. 클린턴은 이런
융숭한 대접에도 중국 인권을 물고 늘어진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 태
도가 '황제'나 다름없이 비칠 수도 있다.

세계를 휩쓰는 할리우드 영화제국에서 미국 대통령은 이미 '황제'
다. 올여름 SF영화들을 보면 지구에 혜성 충돌 같은 대재앙이 닥쳤을
때 해결사는 미국 대통령이다. 외계인도 괴물도 처치할 수 있다. 냉
전체제가 무너진 후 '미국 대통령=세계 대통령'이라 할 만큼 역할이
대단하다.

세계 경제를 흔들 뿐 아니라 21세기 문화 전쟁에서도 기선을 잡고
있는 강대국 대통령이니 '황제' 대우를 받음직도 하다. 그런데도 왠
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동양식 소아병적 발
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