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소떼를 보낸 정주영 회장이 돌아온 날인데….".
23일 강원도 속초시. 동해안 푸른바다의 시원한 파도가 초하의 더위
를 식혀주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바다를 즐길 마음이 아니었다. 전날
발견된 북한 잠수정을 예인하고 있다는 뉴스에 시민들은 북한정권에 분
노와 실망감을 토해냈다.
이곳 주민들을 특히 화나게 한 것은 3백t급 잠수함 침투사건이 발생
한지 불과 2년도 안돼 똑같은 일이 재발한 사실이었다. 택시운전사 심
모(36)씨는 "소떼 선물로 남북한에 일고 있는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끼
얹는 북한의 행동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어이없어 했다.
북의 도발은 주민 생업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
욱 증폭되는 모습이었다. 대양건어물 직판장 주인 배윤철(55)씨는 "IMF
때문에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며 걱정했다.
잠수정 발견지점의 남쪽인 강릉 시민들도 2년전 악몽같은 시간을 보
냈던 기억을 되살리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시청 민원실을 찾은 강릉 시
민들은 북한정권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공무원들에게 토해냈으며, 일
부 시민들은 시장실을 찾아가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원성을 터뜨렸다.
잠수함 사건이 발생했던 안인진 2리는 군 발표를 지켜본 뒤 오늘 주민
회의를 갖기로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이날 속초 강릉 동해시 일대의 고기잡이 배들중엔 일찌감치 귀가하
는 배가 많았다. 동해시 수협 이지만(45) 판매과장은 "불안감이 심각하
지는 않더라도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군-경도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거동 이상자'가 4∼5명 발견됐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해경은 비상시를 대비했으며, 경비정들은 한 척도 빠
짐없이 바다를 지켰다.
"정말 북한에 준 소를 빼앗고 싶은 심정이에요.".
강릉시 선산에 벌초하러 왔다 96년 침투했던 북한 잠수함이 전시된
안인진에 들른 가정주부 조순남(53·서울 강서구)씨가 던진 한마디는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