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160)=바둑판만큼 사용자에 따라 격이 달라지는 물건이
또 있을까. 한자루 칼은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편리한 도구도 되
고 흉기도 된다지만, 18급에게는 돌 따먹기 경연장인 바둑판은 고수들 앞
에 놓이면 지뢰밭으로 변한다. 도처에 복병이요, 허방이어서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
142가 바로 자칫 뇌관을 건드릴 뻔한 위험한 수였다. 흑이 143으로 받
아 주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144에 두었으면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 이때
백이 응수하는 것은 선수로 당한 꼴이므로 실전보 '가'를 강행할텐데 이
후 31까지 백이 한수 늦은 패에 걸린다.
변화가 많은 곳이어서 단정은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앞서있는 백으로
선 쓸데없는 모험이란 점이다. 우하귀는 백 '가'가 놓인 뒤에도 흑 '나',
백156, 흑143, 백'다', 흑'라'로 살 수 있다. 언제건 '마'가 선수이기 때
문.
백의 근소한 우세 속에 판이 점차 좁혀져 간다. 141부터 초읽기에 들
어간 흑은 이무렵엔 '마지막 1분'에 쫓기고 있다. 백의 남은 시간은 40분.
관전하던 동료들중 '고참'들의 표정이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