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국은 21일새벽(한국시각) 프랑스
마르세유 벨로드롬경기장에서 열린 98 월드컵 2차전에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맞아 힘도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치욕적으로 무릎을 꿇
었다. 감독의 전술이나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을 따지기 전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현격한 실력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전반 37분까지는 그런대로 경기를 잘 꾸려갔다. 김도훈이 네덜란드 진
영 오른쪽에서 중거리 슛을 날린 것이 전반 7분. 김도훈의 강슛은 골문
옆네트에 꽂혔고, 출렁거리는 골그물로 반대쪽 관중은 득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네덜란드는 하지만 다비즈를 비롯, '유럽 최고의 골잡이' 베르캄프와
오베르마르스를 앞세워 시종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첫 골이 터진 것은
전반 38분. 네덜란드의 미드필더 코쿠가 최영일을 앞에 둔 채 왼발 터닝
슛을 날려 골폭죽의 서막을 열었다.김병지가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으나
골문 왼쪽 깊숙이 박히는 공을 쳐내기는 역부족이었다. 4분후인 전반 42
분. 이번에는 오베르마르스가 반대쪽에서 최성용을 제치고 두번째 골을
뽑아냈다.

후반은 네덜란드의 독무대였다. 네덜란드는 1차전 벨기에와의 0대0 무
승부를 분풀이라도 하듯 한국 진영을 일방적으로 유린했다. 한국은 후반
13분 최용수가 네덜란드 문전까지 쇄도했으나 골키퍼 반 데르 사르와 뒤
엉키면서 득점찬스가 무산됐다. 세번째 골은 베르캄프의 차지. 베르캄프
는 후반 16분 이민성과 김태영을 차례로 제친 뒤, 골키퍼 김병지의 손이
닿지않는 곳으로 공을 밀어넣었다. 최영일까지 슈팅을 막기 위해 달려들
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네덜란드는 베르캄프와 교체한 반 호에이동크의
헤딩슛과 로날트 데 보어의 득점으로 4번째, 5번째 골을 장식했다. 한국
은 후반 중반이후 김도훈을 고종수로, 서정원을 이동국으로 교체하며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으나 네덜란드의 완강한 수비를
허무는 데 실패했다. 이번 대회 최다골차인 0대5 패배. 이로써 한국의
16강진출은 완전히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