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있는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는 1952년부터
10년마다 세계 최우수 영화 '베스트 10'을 선정해 왔다. 미국 명배
우 오손웰스가 제작 감독 주연을 맡아 41년 발표한 '시민 케인(Citizen
Kane)'은 62년, 72년, 82년, 92년 연속 4회 정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 '시민 케인'이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지난 1백년(1896∼1996)
간 상영된 영화를 대상으로 가려뽑은 '미국 영화 1백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영화 생산국 미국에서 기라성같은 할리우드 명
작들을 제치고 이런 평가를 받았다면 '지상 최고의 영화'라는 수식
어를 붙일 만하다. 제작 당시 오손 웰스는 25살의 어린 나이였다.
국내에도 몇차례 소개되었던 '시민 케인'은 부와 명성을 누린 찰
스포스터 케인이라는 인물의 숨겨진 인생 애환을 한 기자가 파헤치
는 예술영화다. 공개 당시 미국 신문 재벌 허스트를 모델로 했다는
구설수에 몰려 상영금지 압력을 받았고 흥행도 신통치 못했다.
그럼에도 금세기 최고 영화로 꼽는 이유는 독특한 서술구조는 물
론, 촬영 편집 음향에서 발휘한 위대한 영감과 창조적 미학이 재조
명됐기 때문이다. 특히 피사체의 다양한 공간적 거리감을 포착한 딥
포커스(deep focus)와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flashback)기법 등
은 영화작가들의 교과서다.
어제 타계한 배우 김진규도 한국 영화사에 금자탑을 세운 스타였
다. 그가 혼신을 다한 '성웅 이순신'과 '난중일기'가 기념비적인 작
품으로 남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그의 영화와 인생도 재조명되어
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