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파치노의 관록·조니 뎁의 연기 잘 어우러져 ##.

"마피아들이 즐겨 쓰는 'Forget About It'은 무슨 뜻인가?" "상대
방 의견에 동의할 때, 예를 들면 "라켈 웰치는 대단해. Forget About
It(끝내주지)"라고 말하지. 상대방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링컨
이 캐딜락보다 낫다고? Forget About It(웃기고 있네)"라고 대꾸한다
네. 또 최상의 찬사를 할 경우에도, 예를 들면 "밍그리오 후추가 세
계 최고야. Forget About It(죽여주지)"라고 해. "폴리, 네 거시기
1인치짜리지?"라고 야유하면 "ForgetAbout It(지옥에나 가라)"고 악
담을 퍼붓지. 때로는 말 그대로 "Forget About It!(잊어버려!)"라고
내뱉기도 한다네.".

수사를 위해 마피아에 잠입한 FBI 요원 도니 브래스코(조니 뎁)의
대답이다. 그는 마피아를 흉내내다 마피아가 되고 말았다. 뉴욕의 중
간 보스 래프티(알 파치노)의 눈에 들어 오른팔 노릇을 하게 된 도니
는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주는 래프티와 의리 때문에 작전에서 빠져나
오지 못하고 계속 마피아생활을 하게 된다.

늙은 래프티는 조직의 룰을 가족이나 목숨보다 소중히 지켜온 인
물이다. '수레바퀴의 살'처럼 규정에 따라 죽고 사는 군인같은 인생
이다. 자신이 FBI 스파이에게 속아서 조직을 노출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자신의 표현대로 '마피아 역사상 가장 멍청한 놈'이 된다.
중간 보스 래프티에게 그것은 곧 죽음이다. 래프티는 도니의 스승이
요, 목숨의 보증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내 친구'라고 말하면 너는 우리와 관계가 있다는 말
이다. 만약 '우리 친구'라고 말하면 너는 조직에 편입됐다는 뜻이다.
내가 조직원들에게 너를 소개할 때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겠다고 말하
면 네가 잘못됐을 경우 내가 불려간다." 여기서 불려간다는 것은 처
형을 의미한다.

결국 FBI 상부의 철수 명령을 거부하고 연락을 두절한 채 6년간
마피아 조직 생활을 하던 도니(본명은 조셉 피스톤)가 마침내 철수하
자 이를 알게 된 두목이 래프티를 부른다.

● 인생의 온 무게 담은 마지막 장면
래프티는 코트를 걸친 다음 아내에게 키스를 하고 저녁 나들이를
가는 것처럼 집을 나선다. 문을 열다말고 다시 거실로 들어온 그는
시계와 반지를 풀어 입을 맞추고 서랍속에 넣어둔다. 그리곤 서랍을
반쯤 열어놓는다. 아내는 이를 보고 남편이 세상과 조직에서 떠났음
을 알게 될 것이다.

알 파치노의 출연작에 비유하자면 '대부'의 갱은 '여인의 향기'의
퇴역 장교처럼 쓸쓸한 말년을 보내다가, 결국 '도니 브래스코' 사건
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노병'은 죽지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
다. '코튼 클럽'의 화려함이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장중함은 없지만 '도니 브래스코'의 마지막 장면엔 한 인생의 온 무
게가 걸려있다.

어떤 가치를 위해 한평생 살아온 이 사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추호의 회한도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우정에 관한 영화에서
이렇게 인상적인 장면은 없었다. '도니 브래스코'(Donnie Brasco·20
일 단성사 개봉)는 폭력을 다룬 갱스터 필름이 아니라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으로 유명해진 영국 감독 마이크
뉴웰은 소재로서 마피아를 선택했을 뿐, '갱스터 필름' 따위의 장르
개념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피아의 모습을 실생활과 가까운 드라마로
묘사했다. 할리우드가 빚어낸 마피아의 '환상 시계'를 리얼리즘의 현
재 시각으로 바꾸어놓은 것이다.

더군다나 원작 소설(78년)은 실화를 그린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쓴 조셉 피스톤은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보호 프로그램 아래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 파치노의 관대한 원숙함과 조니 뎁
의 신중한 패기. 그 절묘한 짝의 연기를 즐기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감
상 포인트다. 1백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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