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와 보따리를 소재로 인고와 억압으로 얼룩진
여성의 삶을 표현해온 작가 강애란씨(이화여대 조형예술대
교수)가 19일부터 28일까지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화랑(☏
544-8481)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강씨는 대학원 재학중인 지난 86년부터 보따리를 소재로
작업해온 작가. 초기에는 종이위에 판화이미지로 화려한 패턴을
넣어, 또 각양각색의 매듭과 형태로 보따리를 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채색이 사라진 모노톤의 보따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백색의 종이캐스팅과 알루미늄캐스팅 작업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며 채색이 완전히 배제된 사각형과
삼각형을 기본으로 한 기하학적 형태의 대형보따리들을
출품한다.
이같은 경향의 변화는 감성의 노출을 자제하며 한층 깊이있는
내면의 세계를 탐구하고자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해준다.

그의 작품에서 보따리는 「인고」의 상징이다. 남편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묵묵히보따리를 싸는 옛 여인네의 검게 탄 가슴속이
바로 이 「보따리」에 담겨져 있다. 보따리를 싸는 행위뒤에는
여성으로서 겪는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 혹은 불평등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싸는 행위」 그 자체는 이를
안으로 삭이며 은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에 출품되는 보따리들은 대형 액자에 걸리거나 바닥에
놓인다. 끈으로 꽁꽁동여매져 인체를 연상시키는 보따리안에는
책이 들어있다. 인고와 질곡으로 점철된여성의 삶을 기록하고
저장한 이 「책」은 보따리에 싸져있지만 보따리의 운명이
그렇듯 언젠가는 끈이 풀어져 햇빛을 보게될 것임을 암시해준다.

강애란씨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도쿄
다마미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취득했다.
그동안 도쿄, 파리, L.A, 모스크바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올해박영덕화랑을 통해 시카고 아트 페어에 참가하는
등 세계무대에도 활발히 진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