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홍준호기자】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 방문 5일째인 10일오
전(한국시각 10일 밤) 미국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했다.
김 대통령이 30여분 간 영어로 연설하는 동안 미 의원들은 시종 엄
숙한 분위기에서 경청했으며, 중간중간에 박수로써 경의를 표했다.
김 대통령이 오전 10시로 예정된 연설시각보다 12분 가량 늦게 본
회의장에 입장하자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으며, 중앙통로 주
변의 의원들은 김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었다.
김 대통령이 연단에 서고 난 뒤에도 의원들은 2분 가량 박수를 계
속 쳤다.
깅리치 하원의장이 김 대통령을 소개하자 의원들은 다시 박수를 보
냈다.
이날 연설은 김 대통령이 하루 전에야 원고를 완성할 정도로 심혈
을 기울였다.
한국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면 행정부 못지 않게 의원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휴먼 스토리를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 30
분 동안의 연설에서 자신의 고난에 찼던 역정과 이를 극복해온 과정, 그
리고 이런 의지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난을 반드시 극복해나갈 뜻임을
피력했고, 의사당을 가득 메운 의원들은 박수로 환대했다.
김 대통령은 "미국이 두 번이나 죽음의 위기에서 결정적으로 생명
을 구해준 당사자가 국가원수로 이 자리에 선 예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
고 미국과 자신의 정치적 인연을 강조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 대통령은이어 73년 도쿄 납치사건 당시의 심정을 솔직하게 전하
면서 당시 자신을 바다에 수장시키려는 기도를 미국의 통보를 받고 날아
왔던 일본 비행기가 좌절시켰다는 요지로 말했다.
그는 또 "80년 나는 군사쿠데타 주동자들에 의해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상기시킨 뒤 "그 당시 카터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당선
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었던들 오늘의 이 연단은 비워져 있었을 것"이라
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내 생명을 구해주었던 많은 사람들, 여러분이 내게
제공했던 안전한 피난처를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나 사
이에 강한정치적 유대를 만들어준 그 운명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국의 국가원수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승만(54년), 노태우
(89년), 김영삼(95년) 전 대통령에 이어 김 대통령이 네 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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