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10일 돌아가는 뉴질랜드의 헬렌
클락 노동당 당수는 못내 한가지가 아쉬운 표정이다. 한국 정당 관계
자나 의원들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정당 간부는 고사하고, 한-뉴질
랜드 친선협회 소속의원들이라도 만나기 위해 주선을 부탁했으나 허
사였다. 여야 의원들은 "당 사정이 바쁘다"며 찾아온 손님을 외면했
다.

국회에는 각국간의 의원친선협회가 65개나 있다. 미국등 4개 주요
국과는 의원외교협의회가 있고, 한일간에는 이보다 한차원 높은 의원
연맹이 결성돼있다. 이 70개 단체의 올해 외교실적은 전무하다. 매년
연초 국회의장과 여야 총무, 통일외무통상위원장이 모여 한해의 외교
활동계획을 짜는 국회외교활동운영협의회가 아직 열리지조차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그 이유를 따지는 것은 우문이다. 여야가 정치 현안으
로 티격태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회의는 지난 3월 조직개편 때 국제협력위원회를 신설
했으나, 아직 사무실도 갖추지 못한 형편이다. 자민련은 아예 국제업
무를 담당하는 부서조차 없다.

IMF경제위기를 뚫는 길은 외국 투자를 많이 유치하고, 수출을 늘
리는 게 첩경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때문에 김대중대통령부터 해외
공관의 말단 직원까지, 기업 총수부터 현장팀장까지 모두들 다급한
심정으로 세일즈외교를 하고 있다. 이 대열에 유독 국회의원들은 찾
을 길이 없다. 평소 '의원외교'를 소리높여 외치고, 휴가철이면 각종
그럴듯한 명목을 붙여 외유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이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어디 숨어버린 듯하다.

외빈들과 사진이나 찍고 모양이나 내는 것이 의원외교라고 생각하
면 큰 오산이다. 여야가 6·4 지방선거 결과를 서로 아전인수하며,정
치판을 요리조리 바꿔볼까 궁리하는데만 몰두해 있다가는 나라의 장
래가 더욱 낭패가 될지 모른다. 지방선거 투표율 52.6%는 이런 정치
판에 대한 경고임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