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6장 발돋움 ⑤ ##.

"그 얘긴 또 왜 꺼내….".

억만이 그렇게 목청을 높이다가 문득 생각이 바뀌었는지 제법 참을성
있게 나왔다.

"그럼 당신은 어떡할 작정이야."
"아버님께 좀더 기다려 보자구 할 작정이에요. 이십년이라구 했지만
요즘은 도시개발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으니까-- 잘하면 몇년 안에
큰쇼부날 것 같아서요.".

"큰 쇼부라면?"
"정말로 사대문안에 번듯한 빌딩 하나 살 돈이 나오거나--바로 그 땅
에 빌딩을 지어도 수익이 날 만하게 되는 경우죠.".

"그게 언제야? 그리구 빌딩을 짓는다면 무슨 돈으로 지어?"
"그때 가서 절반만 팔면 되죠. 그래도 대지가 천평이 넘는 빌딩이에
요. 당신 지금 신사동쪽에 꿈꾸고 있는 코딱지만한 빌딩하고는 종류가
다르죠.".

"그 여자 꿈 한번 거창하네. 야산 배밭에 빌딩을 짓는다구? 야 듣는
개가 웃겠다. 싸릿재 넘어 야산 배밭에 지은 빌딩 천평 아니라 만평이면
뭘해?".

억만이 그렇게 빈정거려 놓고 다시 말투를 바꾸어 간곡히 말했다.

"여보-- 그러지 말고 아버님께 말씀드려 이번 기회에 그 땅 팔도록 해
요. 나도 이제는 더 못 기다리겠어. 기러기 한 백년 기다리다가 우리 좋
은 시절은 다 가고 만다구. 적게 먹더라두 편하게 살자.".

"그럼 아버님께 직접 말씀드려 보세요. 저는 이 집을 위해서 가장 좋
다고 생각하는 것만 말씀 드릴테니….".

영희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가나 씩씩거리는
억만을 보고 나직이 한마디 했다.

"여보--이게 마지막 고비예요.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당신이 말하
는 그 품위있는 삶도 가능해진다구요. 여기서 서둘면 정말 아무것도 안
돼요. 절 믿구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언제까지 더 기다리란 말이야? 좋아 알아서 해. 나도 이젠 참을 만
큼 참았어.".

억만이 그렇게 위협조로 나왔으나 영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게를
나왔다. 좀 불안하기는 했지만 더 얘기해봤자 달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영희가 집으로 돌아오니 시아버지가 일을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
다.

"그래, 어떻다든?".

영희가 방안에 들어와 앉기 바쁘게 시아버지가 물었다. 영희는 정 사
장에게 들은 대로 간단하게 도시계획을 전해주었다.

"나는 통 짐작이 안 간다. 팔차선 십차선이 뭔지 모르지만 그토록 큰
신작로가 나고 서울이 여기까지 밀려온다니… 그건 그렇고 네 생각은 어
떠냐? 그래도 땅값으로는 제법이고 더구나 무더기로 사겠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