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5일 기자회견에서 정계개편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를 피력하면서 큰 방향도 일부 시인했다. 김 대통령은 지방선거에서
다시 확인된 지역갈등 구도를 정계개편을 통해 시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쪽에 대해서도 성심껏 협력 봉사하겠다"고 말
했다. 단기적으로는 수도권 의원 영입을 통해 여소야대부터 타파하겠
지만, 장기적으로는 영남권과 연대를 시도할 뜻임을 내비친 것이다.

선거 후 국민회의쪽의 반응도 맥락을 같이 한다. 선거전 한나라당
의원 20여명 이상의 탈당을 점쳤던 조세형 총재 권한대행은 "들어오겠
다는 의원들을 막을 이유가 없다"며 "정계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
라고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전에 인천과 경기지역 의원 10여
명이 이미 입당을 내락한 상태"라며 "지금도 입당을 타진하는 의원들
이 많다"고 말했다.

자민련도 인천, 경기, 강원, 경북 출신 의원들에 꾸준히 손짓을 보
내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공동여당의 목표는 여당만으로 이달
중순원내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수는 1백49석
으로, 3명의 의원이 추가 탈당할 경우 한나라당의 원내 과반이 무너지
고, 11명이 되면 여야 동수가 된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단기
적 개편'인 셈이다.

그러나 보다 더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 대통령의 영남권 연대 시사
와 같이 정계의 구조조정을 몰고올 '큰 그림'이 어떤 것이냐다. 청와
대 참모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김종필 총리서리
와 연대한 연장선상에서 대구-경북세력을 끌어들일 것이란 견해도 있
고, 대구-경북이든 부산-경남이든 희망하는 쪽과 아예 합당을 해 진정
한 동서화합을 이루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관계자들의 움직임은 좀더 적극적이다. 구 민주
계와 민추협 활동을 같이 했던 국민회의 '재야출신'들은 구 민주계와
의 연대를 통한 영호남 화합쪽을 얘기하고 있다.

이런 구상과 움직임은 어느 정도나 실현가능성이 있을까. 아직 도
상연습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다. 한나라당측 내부의 상
응한 변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여권이 기대하는 방
향과 달라질 수도있다. 동서분할 구도가 강화된 지방선거 결과가 영남
권 의원들의 이동을 멈칫거리게 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게다
가 내각제 개헌 여부, 후계구도 등 충족돼야 할 조건들도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