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누구에게나 설렘과 기대, 두려움이다. 나 역시 그랬다. 77년
4월30일 늦은 토요일밤. 내 생애 가장 긴장되던 날이었다. 뉴욕타임스
음악리뷰에 내가 나흘전 뉴욕 카우프만 콘서트홀에서 가진 데뷔콘서트
연주평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튿날 조간이 배달되길 기다리지 못한 채, 밤늦게 가판대로 나가
신문을 기다렸다. 당시 나는 뉴욕 줄리아드 음대 3학년이었다. 내 줄리
아드은사는 도로시 딜레이 교수. 유학생활엔 큰 기복이 없었다. 크고
작은 콩쿠르에 참가해 나름대로 좋은 성적도 거뒀다. 프로페셔널 연주
자로 첫발을 내딛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뉴욕 데뷔연주평은 결정적이었
다.
어느때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연주한 만큼 결과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도 컸다. 늦은 밤 맨해튼 한복판 신문 가판대에서 막 나온 신문
을 샀다. 펼쳐보지도 못하고 가슴졸이고 있자니, 함께 있던 친구가 신
문을 빼앗아 펼쳤다. 친구는 나를 부둥켜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신문
리뷰는 기대 이상 제목을 달고 있었다.
기쁨과 떨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감격은 신인시절이나 중년이
된 지금이나 나를 지탱하는 버팀목으로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
것은 노력에 대한 보상, 땀흘린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이기도 하다.
그런 긴장과 책임감, 연주뒤 청중 반응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 이런 다
양한 느낌의 연속이 연주생활에 탄력을 준다.
▲55년 서울 생
▲줄리아드음악원 졸업. 도로시 딜레이, 이반 갈라미안 사사
▲비니아프스키콩쿠르(75년) 1위, 차이코프스키콩쿠르(78년) 파이널
리스트, 퀸엘리자베스콩쿠르(80년) 파이널리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