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 31, 37세 노장…관록과 집념으로 '황혼의 영광' 다짐 ##.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4년마다 찾아오는 월드컵은 노장들의 마
지막 투혼으로 더 한층 빛이 난다.이번 대회 '화제의 노장'은 단연 로베
르토 바조(31·이탈리아)와 로타르 마테우스(독일)이다. 각각 유럽 축구
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맹장은 사실상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한 상태
였으나 다른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막판의 상황 변화로 극적으로
프랑스행 기차에 오르게 된 것.

우선 이탈리아의 '말총머리' 바조. 31살이면 아직 한창일 때이지만
바조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그는 94년 대회 브라질과의 결승전 승부
차기서 마지막 키커로 나와 허공으로 공을 차내면서 우승의 꿈도 함께
날려보냈던 '비운의 스타'였다. 정상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던
만큼 그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던 것.

하지만 그는 지난 5월 22일 체자레 말디니 감독의 호출로 '아주리 군
단'에 복귀, 3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이날 발표한 21명이 '예비
엔트리'라는 단서를 달고 있긴 하지만 바조로서는 어쨌던 축구 인생의
대미를 장식할 찬스를 붙잡은 셈.

사실 바조에게 지난 4년간은 악몽의 나날이었다. 94년 대회서 5골을
터뜨리며 팀을 번번이 위기서 구해내며 결승까지 올려놓았지만 단 한번
의 승부차기 실축은 바조가 그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들을 깡그리 앗
아갔다. 팬들도 그를 외면했고, 프로팀에서도 이유없는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바조에게 98 월드컵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
였고, 이 한풀이기회를 잡기 위한 그의 노력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 말총머리까지 잘라내며 투혼 불태워.

작년 9월 10일 월드컵 지역 예선 그루지아전의 출전을 끝으로 대표팀
서 탈락했던 바조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총머리까지 미련없이 잘
라내며 투혼을 불태웠다. 87년 부상으로 불교로 개종한 뒤 행운의 부적
처럼 길러왔던 말총머리였으나 '이대로 축구화를 벗을 순 없다'는 오기
와 집념으로 싹둑 잘라낸 것. AC 밀란서 우두커니 벤치를 지키고 있다가
그라운드에 나설 기회를 잡기 위해 지명도가 훨씬 떨어지는 볼로냐로 이
적한 것도 작년이었다.

그의 절치부심은 괄목할 만한 결실을 거두었다. 이번 시즌 이탈리아
프로 경기 34게임서 22골을 뽑아냈다. 특히 지난 4월 19일 AC밀란과의
경기서는 2골을 터뜨린 뒤 지난 5월 17일 리그 최종전까지 5경기 연속골
(8골)을 터뜨리며 전성기 때의 골 감각을 뽐냈다. 축구전문가들은 이구
동성으로 "바조가 최소한 5살은 더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전은 93년. 바조는 그해 FIFA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였다. 바조
는 실력으로 "이래도 대표팀에 안 뽑아 주겠느냐"고 무언의 시위를 벌인
셈이다. 바조의 이같은 눈물겨운 투쟁은 그동안 냉담했던 팬들과 매스컴
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이탈리아 신문과 방송은 일제히 "바조를 고향에
남겨둘 것인가", "대표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고 반문하며 그의 재발탁
을 요구했다.

열화같은 지원 사격에 말디니 감독도 결국 항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바조는 대표팀 복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프랑스땅
을 밟을 수 있게 돼 여한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바조가 '좌절과 극복'의 드라마로 주목을 모은 케이스라면 독일의 마
테우스는 월드컵 5회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마테우스는 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 '게르만 전차 군단'의 사령관으로
이름을 떨쳤던 왕년의 대스타. 마테우스가 지닌 독일 축구사상 최고 기
록인 대표팀 A매치 1백22회 출전이라는 대기록도 이미 4년 전인 94년9월
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 출전으로 멕시코 골키퍼 안토니오 카바할이 50년서부
터 66년에까지 걸쳐 세운 최다 기록을 공유하게 됐다. 하지만 마테우스
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전망이다. 그는 94년 미국대회 불가리아와
의 8강전 때까지 모두 21경기에 나와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우베 젤러
(독일), 블라디미르 츠무다(폴란드) 등과 함께 월드컵 본선 최다 경기
출전 타이 기록을보유해왔으나 이제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게 된 것.

마테우스의 대표팀 복귀는 전적으로 어부지리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베켄바워의 뒤를 잇는 독일의 간판 리베로(libero)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94년 12월 알바니아전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상태.

하지만 그는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여전히 리베로로 활약 중이고,
은근히 96년 유럽선수권 대회도 뛰기를 원했었다. 하지만 독일 대표팀의
포크츠 감독은 이제 '할아버지'가 된 그를 외면했고, 포크츠가 감독을
맡고 있는 한 월드컵 출전은 무망할 것으로 여겨졌다.

● 콜롬비아 발데라마·벨기에 반 데르 엘스트도 37세.

여기에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에서 함께 뛰던 클린스만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과의 불화와 각종 스캔들도 마테우스의 이미지를 완전히 땅에 떨
어뜨려 놓았다. 그랬던 것이 리베로의 바통을 이어받은 마티아스 잠머가
1년째 무릎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는 데다, 잠머의 대타로 여겨졌던 올라
프톤마저 지난달 발목 부상을 당해 독일 대표팀에 리베로 고갈 현상이
빚어진 것.

이런 상황에서 80년대 독일의 특급 골잡이였던 루메니게를 비롯,골수
팬들이 주장하는 '마테우스 복귀론'에 의외의 힘이 실리게 됐다. 대안이
없었던 포크츠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로 마테우스를 결국 대표팀에 불
러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98 월드컵 출전 선수들 가운데 나이로만 따질 때 노
장으로 분류할 만한 선수들은 콜롬비아의 발데라마, 벨기에의 반 데르
엘스트, 스페인 GK 안도니 수비사레타 등.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37살
로 마테우스와 동갑. 축구에서 35살의 나이는 '황혼'을 의미한다. 체력
이나 순발력은 물론, 집중력도 크게 떨어져 버텨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94년 미국대회서 카메룬의 로저 밀러는 대통령의 간곡한 청에
못이겨 42살의 나이로 출전, 교체 멤버로 뛰면서 '월드컵 최연장자 골'
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과연 누가 '황혼 만세'의
주인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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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득점 신기록
황보관, 90년 스페인전서 '가장 빠른 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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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헤딩과 발리킥, 절묘한 프리킥슛…. 월드컵은 골(Goal)의 경연장
이다.월드컵에서 터져나온 수많은 골들은 한 골 한 골 사연을 담고 있
다.골이 터질 때마다 세계 한편에서는 열광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뜩
한 절망감을 맛본다.

월드컵 1호 골은 프랑스의 루시앙 롤랑이 기록했다. 롤랑은 1회 우루
과이대회 첫 경기 멕시코와의 대결에서 전반 17분에 골을 터뜨려 월드컵
최초의 득점 선수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지금까지 15차례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모두 1천5백84골이 터져 대회
당 평균 105.6골로 기록됐다. 가장 많은 골이 쏟아진 대회는 82년 스페
인대회(1백46골)였고, 경기당 평균 골은 54년 스위스대회가 5.38골로 가
장 많았다.

특히 26 경기가 열린 54년 대회는 경기수에서는 94년 미국대회의 절
반에 불과했지만 골은 미국대회보다 1골 적은 1백40개가 터져 가장 화끈
했던 대회로 꼽히고 있다.

월드컵 개인 최다 득점은 독일의 게르트뮬러. 동물적인 골 감각을 지
녔던 게르트뮬러는 70년 멕시코대회서 10골을 넣은 데 이어 74년 서독대
회서도 4골을 추가, 모두 14골을 기록했다. 한 대회 개인 최다 득점 기
록은 58년 스웨덴대회 본선 6경기서 13골을 뽑아낸 쥐스틴 퐁텐(프랑스)
이 보유 중이다. 한 경기 최다 득점은 94년 미국대회서 러시아의 살렌코
가 카메룬을 상대로 뽑아낸 5골. 카메룬은 이 경기서 1-6으로 참패했다.

가장 빠른 시간에 이루어진 득점은 86년 멕시코대회서 잉글랜드 브라
이언롭슨이 프랑스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기록한 27초만의 골. 경기 시
작휘슬이 울린 뒤 상대 수비수들이 미처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뽑아낸
벼락같은 골이었다.

한국도 '대포알슛' 부문에 기록을 지니고 있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스
페인전에서 한국의 황보관이 30m지점에서 날린 슛은 시속 1백14㎞로 아
직까지 월드컵에서 가장 빠른 골로 남아있다.

팀 통산 1위는 역시 최다 우승국인 브라질. 브라질은 15회 미국대회
까지 모두 1백59골을 상대 골문에 쏟아부었다. 한 대회당 평균 10.6골을
넣은 셈.

독일이 1백54골(대회 평균 10.3골)로 통산 2위를, 97골을 넣은 이탈
리아가 3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4차례 출전, 9골을 넣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