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평화협정의 승인 가부를 묻는 투표에서 아일랜드 국민들은 95%의
지지율을 보임으로써 지난 30년 간 3천6백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신-구교
유혈분쟁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렬한 소망을 결집시켰다.
문제는 북아일랜드였다. '압도적 지지'가 아닌, '박빙의 승리'는 자칫
평화협정의 이행에 더 복잡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주
민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지난 세월 정치-경제-치안 등을 완전 장악해온
신교도들이 스스로 강-온파로 나뉘었고, 이들의 내분은 투표 1주일 전까
지우열을 장담하기 힘든 상태였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은 제도의 불완전성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앞으로 구성될 1백8석 자치의회의 의사 결정을 단순 다수결이 아닌 '60%
다수결'로 규정지었고, 덧붙여 신-구교 양측 진영에서 각각 4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만 의사가 결정되도록 못박아 놓았다.
'찬성 51%'의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피의 역사로 경험하고
있는그들은 아예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정만이 극소수 반대파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22일 투표에서 '예스(Yes)'파 지도자들이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기대한 이유이기도 했다.
투표 결과는 71.1%로 나왔다. 여론조사 예상치보다는 높았지만, 모든
우려를 잠재울 정도로 압도적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웠다. 이제부터라도 신
교도 강경파들이 평화협정의 이행에 걸림돌을 놓을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이제 내달 25일 비례대표제에 의한 의회를 구성
하게될 것이고,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는 내달 말까지 정치 테러범 석방절
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그 후 새 의회가 자치정부, 남-북 아일
랜드 위원회, 영국-아일랜드 위원회 등을 구성할 것이며, 내년 여름에는
치안경찰 재조직, 가을엔 사법제도 개편, 그리고 2000년 5월에 각 정파의
완전 무장해제 등이 예정돼 있다.
구교 측 존 흄 사회민주노동당(SDLP) 당수는 북아일랜드 역사에서 평
화협정이 갖는 의미에 대해 "우리가 다리뼈가 부러졌을 때와 똑같다"면서,
"상처 치유를 수월하게 하려면 갈라진 두 부분을 한동안 함께 붙들고 있
을 깁스(평화협정)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