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지사선거 TV 합동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손학규 후보는 '유
화적'인 평소 모습과는 달리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인파이팅' 전
략을 구사했다. 이에 맞서 국민회의 임창열 후보는 맞대응을 자제하다
때때로 역습에 나서는 '치고 빠지기' 전법으로 맞섰다. 손 후보는 기
회있을 때마다 환란과 관련된 임 후보의 '말바꾸기'를 부각시키려고
애썼으며, 임 후보는 정치초년생답지 않은 노련미를 보이며 예봉을 피
해나갔다. 작년 11월 임 후보의 부총리 취임 직후 외환 손실액에 대한
공방에서는 양 후보가 서로 다른 수치를 제시하며 언성을 높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토론에서는 임 후보의 이혼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제기됐다. 임 후
보는 '이혼 사유를 정확히 밝혀달라'는 패널의 질문에 "15년 동안 참
고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어 합의 이혼했다"고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토론장에는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대행과 당 3역 등 10여명의 의원
들이 응원전에 나섰고, 한나라당에서는 이규택 의원 등 3∼4명의 의원
들이 토론을 지켜봤다.
◆ 환란 책임론
손 후보는 이 부분에서 찬스 타임 세번을 모두 사용하며 임 후보의
환란책임을 물고 늘어졌다. 특히 후보간 질문 순서에서 불꽃튀는 공방
이 이어졌다.
"자신의 힘으로 IMF 신청을 막아보겠다는 임 후보의 '소영웅주의'
때문에 부총리 취임 이틀만에 38억달러의 외환이 낭비됐다."(손)
"38억달러가 아니라 14억달러다. 수치부터 틀리다."(임)
"이렇게 말을 바꿀까봐 자료까지 준비했다."(손)
"수치가 틀리면 사과할 것인가."(임).
손 후보는 "임 후보가 처음에는 '구제금융 신청 방침을 몰랐다'고
하다가 다음에는 '신청 방침은 알았지만 문서로 인계받지 못했다'고
하는 등 말을 너무 많이 바꾼다"며 도덕적 문제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임후보는 "대통령이 IMF로 간다는 지침을 줬다면 다르게 기자회견을
했겠느냐"며 "그랬다면 당장 경질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 후보가
"작년 대선 당시 국민회의가 임 후보를 경제를 망친 '5적'으로 규정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임 후보는 "국민회의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면 나를 공천했겠느냐"고 되받았다.
◆ 영유아 뇌염 백신 임상실험
패널들은 사회문제가 됐던 '중국산 뇌염백신에 대한 수입과 영유아
임상실험 허가'가 손 후보의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때 이뤄진 것인지
여부를 집중 질의했다. 손 후보는 "수입 허가와 임상실험에 대한 계획
승인은 모두 장관을 그만둔 뒤의 일"이라면서 "내 비리를 캐겠다고 열
심히 찾아다닌 결과가 이것이라니 실소를 금치 못했다"며 여유를 보였
다.패널리스트가 정부측 자료를 근거로 '뇌염백신에 대한 안정성 검사
를 허가한 것은 사실 아닌가'라고 따지자, 손 후보는 "의약품 안정성
실험은 중앙약사 심의위원회 소관이며, 그에 대한 결재는 과장 전결"
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임 후보는 "경기도지사가 돼서도 문제가
생기면 과장에게 책임을 미룰 것이냐"고 공격했다.
◆ 지역경제 활성화
임 후보는 실업대책, 중소기업육성 방안 등과 관련 "경기도는 재정
이 취약한 만큼 중앙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집권 여당의 후보
인 내가 당선돼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십년간 경
제관료로서 쌓은 노하우가 있고, 국제경제계에 아는 사람이 많아 외자
유치에도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손 후보는 "중앙정부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방자치 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일이 될
수가 없다"며 "지방정부 스스로 투자여건을 마련할 때 투자가 자연스
럽게 유치되는 것이 외국의 상례"라고 반박했다. 또 경기도의 복잡한
문제는 경제지식 정도로 풀 수 없으며 경기도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도정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