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의 폭동사태가 진정된지 이틀만인 18일
수하르토대통령의 사임과 정치.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의
반정부시위가 교수 및 전직 관료, 퇴역장성까지 가세한 가운데 재개됐다.
그러나 자카르타市 중심가엔 중무장한 병력이 주요 건물을 지키는 가운데 시위의
물결도 사라지는등 통제된 평온이 찾아와 교통량도 많아지고 시민들도 대거
은행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기위해 장사진을 이루는등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3천여명의 학생들은 이날 버스편으로 자카르타 시내 국회의사당에 집결,
인도네시아 국기를 흔들며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였다.
탱크와 최루탄, M-16 자동소총을 든 軍.警 병력은 건물을 에워싸고 삼엄한 경비를
벌였으나 양측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의사당 정문을 지키던 경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학생 대표단과 교수 등
수백명의 의사당 출입을 허용했고 일부 학생들은 탱크 부대 병사들과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의사당에 들아간 학생.교수 대표단은 수하르토 대통령과 바카루딘 하비비 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자카르타 외에도 반둥, 수라바야, 요기아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에서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의사당 앞 시위에 참가한 솔리힌 예비역 육군중장은 『모든 사람이
개혁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면서 『이제 언제 어떻게 어느 곳에서의 문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국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군부 지도자들도
합헌적인 범위내에서의 정치 개혁을 지지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와함께 유력한 야당인사인 회교지도자 아미엔 라이스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네덜란드 식민통치에 저항하는 민족주의 운동 발발 90주념 기념일인 오는 20일
자카르타에서 1백만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는 2천8백만 회교도가 가입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최대 회교 단체인
「무함마디야」의 지도자이다. 이 단체의 대다수 회원들은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 꺼리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편 하르토노 내무장관은 지난주 자카르타와 다른 주요 도시들의
폭동사태가『인도네시아 공산당(PKI)이 과거 하던 방식대로 이뤄졌다』면서
불법단체인 PKI 잔당의 폭동선동설을 강력 주장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과거 PKI가 인도네시아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으며 분석가들은 그가 PKI를 이용, 집권 연장을 꾀해 왔다고 비난했었다.
한편 사흘간의 폭동과 약탈, 방화로 5백여명의 사망자를 낸 자카르타 시내는 이날
상당수의 은행이 문을 닫아 현금지급기 앞에 긴 행렬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거리에는
교통량도 늘고 행인의 발길도 잦아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특히 1천여명의 시민들은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중앙은행(BCA) 앞에 설치된 6대의
현금지급기 앞에 장사진을 치고 돈을 인출해 갔다.
그러나 자카르타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의 관망 자세로 거래가 한산했으며
아시아지역의 주요 주가도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사태의 불투명성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날 자카르타의 공동묘지에서는 지난주 백화점과 쇼핑센터등지에서 약탈을 하다
방화로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개최됐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신원을 알아볼수 없을 만큼 불에 타 이름표도 없는 베니아판관에
든 사체들은 공동묘지에 들어온 순서대로 묘지 관리인들의 손에 묻혔으며
이날 장례식의 조문객은 20명에 불과했다.
또 수하르토 대통령이 이번주 대폭적인 개각을 단행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처음으로
노동부 장관 당시 對국회 로비를 위해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압둘라티에프 관광.예술.문화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제사회의 수하르토 대통령에 대한 압력도 계속돼 영국 버밍엄
선진8개국(G-8)회의에 참석중인 빌 클린턴 美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강조했고 존 하워드호주 총리도 인도네시아의 민주정권 탄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필리핀 마닐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인도네시아에대한 15억달러의 긴급 금융 지원을 연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이날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