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직 서울시 간부가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8년동안의 무죄투쟁을 벌인 끝에 법원
으로부터 재심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창구)는 92년 뇌물수수죄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전 서울 동대문구청장 변의정(59)
씨가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오는 19일 오전 10시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변씨의 법정투쟁은 서울 무교동 유진관광호텔(현 서울파이낸
스 센터) 신축과 관련, 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90년 5월
대검 중수부에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변씨는 "뇌물을 주었다는
사람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부인했지만 검찰은 구속기소했고,
재판에서도 돈을 줬다는 유진관광 건설본부장 김모씨의 주장만
받아들여졌다.

변씨는 이 과정에서 직접 수표추적을 해 검찰이 뇌물증거로
제시한 10만원짜리 수표 7백장 중 자신이 사용한 것은 단 한 장
도 없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변씨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내려진
2년 후에야 뇌물을 줬다는 김씨로부터 "검찰의 가혹행위로 허위
증언을 했다"는 증언을 녹음할 수 있었다. 94년 12월 변씨는 김
씨를 위증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김씨가 위증을 자백했지만
강압에 의한 위증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서
울고검, 대검도 항고, 재항고를 기각했다.

주변 친구들이나 변호사들도 "대한민국에서 검찰을 상대로 싸
워 이길 수는 없다"며 만류했다. 직장도, 명예도 다 잃어버리고
사업하는동생이 대주는 생활비에 의지해야 했다. 모든 걸 포기하
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아빠의 결백을 믿는다"는 가족들의 격려
로 다시 일어섰다.

96년 3월, 변씨는 헌법재판소에서 작은 승리를 거뒀다. 검찰
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헌재가 96년 3월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
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한 것.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재수사에 나
선 검찰은또 '무혐의' 결정만을 되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8월 세번째 낸 헌법소원마저 위증사건 공소시효(7년)
만료로 각하되자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위증사실을 확인한 것을 헌재가 인정했고,
공소시효가지나 위증확정 판결을 받을 수 없게 된 점 등으로 미
뤄 재심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이제 겨우 첫 관문을 통과했다"며 "한 개인이 국가기
관을 상대로싸운다는 게 너무 고통스런 나날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