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4년을 공부한 끝에 변리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런데 특허청
공무원들은 단지 몇 년만 근무하면 자격증을 받더군요. 수험생들에게
너무한 것 아닙니까.".

특허청 앞에서 개업중인 한 변리사의 항변이다. 변리사 시험은 요즘
사법시험 만큼 붙기가 어렵다.

특허청에 특허나 상표 신고-신청 업무를 대행하는 변리사가 되기 위
해 시험장에는 매년 수천명의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최종 관문을 통과
하는 수험생은 1년에 70∼80명뿐.

하지만 수험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는 다른 한쪽에서는 특
허청공무원 출신 변리사들이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나오듯 배출되고 있
다.

변리사처럼 관련업무 공무원에게 자격증을 그냥 주거나 시험일부를
면제해주는 '노후보장용' 전문자격인 제도는 생각보다 많다. 세무사,법
무사, 공인노무사 등 무려 6가지나 된다.

일반 수험생들에게는 '일생의 목표'인 이 자격증을 공무원들은 단지
공무원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손에 거머쥐고 있다. 일반인
들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형평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변호사는 "대상자를 거르는 장치가 없어 최악의 경우 관련 업무로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파면당하기 전에 사표를 내고 개업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문인이 아닌 테크니션(기술자)만 배출할 우려가
있으며, 전-현직 공무원간의 유착 가능성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공정거래 질서 확립 임무를 맡고 있는 공
정거래위원회 마저 공정거래 관련 사건을 대행하는 '공정거래사' 제도
의 도입을 추진중이다.

일정기간 이상 공정위에서 근무한 공무원들에게 자격증을 그냥 주겠
다는 발상도 기존 부처와 똑같다. 이는 '재계 검찰'을 자임하는 공정위
가 앞으로 '재계 로비스트' 역할까지 맡아주겠다는 발상과 다름없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노후생활 보장이 빈약하다면 연금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
할 문제이지, 자격증을 거저 선물하는 식으로 해결할 일은 아닌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