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역시 배우예술이다. 노련한 배우들이 펼치는 소극장 무대는
깔끔한 한정식상을 대할 때처럼 상쾌하다. 배우 중심 극단을 내세운 극
단 '연극세상' 창단공연 '좋은 녀석들'(이만희 작-전훈 연출)이 그렇다.
주인공은 애인 문제와 회사의 복잡한 노사문제를 정리하려고 암스
테르담으로 떠나온 중소기업 대표 박장수.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최적
의 장소로 금기없는 도시 암스테르담을 택했다. 호텔방에 처박혀 사흘
밤낮 고민하는 그에게 분신 넷이 따라다닌다. 욕망대로 솔직하게 행동
하라는 뚱보(고인배·이대연)와 낭만적인 낭보(이용녀), 윤리적인 째보
(최일화)와 이성적인 횡보(조재현·노승진)까지 골고루 갖췄다. 한 사
내의 복잡한 머리 속을 들여다본 셈이다.
김갑수는 헝클어진 머리와 느슨한 넥타이 차림이다. 지친 얼굴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사탕도 먹고 싶고 초콜릿도 가지고 싶은
어린 아이다운 천진함이 묻어나는 표정이다. '존재의 이유'를 열창하고,
분신 넷과 함께 힙합춤도 춘다. 확실한 팬서비스다.
탄탄한 줄거리와 감각적 연출, 훈련된 배우는 '좋은 녀석들'에서
행복하게 만났다. 이만희는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
한몇 안 되는 작가다. 95년작 '그래, 우리 암스텔담에 가자'를 골격까
지해체하며 다시 썼다. 여기에 퍼포먼스 '난타'를 만든 30대 연출가 전
훈이 젊은 감각을 보탰다. 신파조로 처지기 쉬운 줄거리를 배격하고 인
형극과 마임까지 등장시켜가며 웃음을 자아낸다. 덥고 답답한 지하 소
극장이지만 관객이 몰리는 이유다. 6월28일까지 성좌소극장. ☎(02)744-
2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