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불타고 있었다". 대회개막까지 D-33일. '월드컵 신드롬'
의 진원지는 단연 축구경기장이다. 한국대표팀이 네델란드와 자웅을 겨
룰 마르세유. 지난달 7일 이곳 축구경기장서 열린 프로 정규리그에는
57,60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프랑스축구사 100년만에 처음 있는 기록이
다. 경기당 평균관중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3만명을 넘어섰다.잉
글랜드나 스페인의 광적인 축구열기를 능가할 정도다.

프랑스 방문자는 곳곳에서 성업중인 기념품 판매에서 월드컵 체취
를 물씬느낀다. 월드컵 공식 라이센스상품은 4백여종. 축구용품은 물론,
컵, 열쇠고리, 각종 액세서리에서 애완동물의 목걸이와 가죽끈, 먹이접
시,개 놀이용 축구공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대히트작으로 꼽히는
'월드컵 콘돔'은 약 5백만개가 팔릴 것으로 추산된다. 라이센스상품의
시장 규모는 13억달러(1조8천2백억원)선. 94년 미국월드컵 때의 2배다.

프랑스 패션도 월드컵을 그냥 지나쳐 보내지 않았다. 얼마전 생드
니 구장에선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17명이 올 겨울 '프레 타 포르테'(기
성복전)를 열었다. 톱모델 20여명이 푸른 잔디와 스탠드를 무대로 각종
의상을 선보였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이를 '패션 월드컵'으로 추켜
세웠다. 프랑스 우체국도 갖가지 경기 모습과 축구기술을 담은 월드컵
우표 시리즈를 발행중이다.

언론의 관심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도 이틀이 멀다하고 특집
을 제작하는 마르세유의 유력 일간지 '라 프로방스'는 대회기간중 매일
20페이지 짜리 '월드컵 섹션'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 신문의 패트릭 판
첼로 축구전문기자는 "스포츠기자 20여명이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을 취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학적인 주제들을 즐겨 다루는
프랑스 TV들은 '축구와 예술', '축구와 전쟁과 폭력' 등을 화두로 철학
자-예술가들을 동원, 세계를 뒤흔드는 축구열풍을 분석한다.

마르세유는 대회기간중 축구팬과 관광객 등 60만명 이상의 외지인
들이 북적댈 전망이다. 성수기인 7∼8월 이곳을 찾는 관광객수와 맞먹
는다. 예상 수익은 2억5천만프랑(약 5백95억원). 월드컵조직위(CFO) 마
르세유 지부 관계자인 아그네스 반더차이트씨는 "작년 12월 본선 조추
첨을 이곳에서 했던 것은 도시홍보 측면에서 엄청난 행운이었다"며 "마
르세유는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
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보니 자연 바가지요금에 대
한 우려도 고개를 든다. 마르세유시의 호텔 침대수는 1만여개. 부당 상
거래를 하지말자는 'Prix Bleu(정직한 가격)' 캠페인을 벌이고는 있으
나 막상 대회가 시작하면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개최도시들의 또다른 고민거리는 치안. 파리시경은 5일 생 드니구
장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를 가정한 훈련을 했다. 유럽전역에서 몰려들
'훌리건'들의 존재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얼핏 보면 난리법석 같아도 월드컵은 이같은 '소동'들을 즐거운 축
제로 엮어내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지구촌은 이제 흥분과 기대로 한판
흐드러지게 펼쳐질 잔치마당으로 달음질치고 있다.

(*마르세유=성진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