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t짜리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온다. 혜성과 충돌하면 지구 생
명체는 절멸한다.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려 핵폭탄으로 혜성 궤도를 바꾸
려는 작전이 실패하고 인류는 종말에 직면한다.
'딥 임팩트'(16일 개봉)는 51년작 'When Worlds Collide'에서 모티브
를 따왔다.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은 이 SF 클래식에서도 지구가 행
성과 충돌하면서 맨해튼이 물에 잠긴다. '대양이 솟아오르고, 도시는 가
라앉고, 그래도 희망은 살아남는다' 식 영화다.
하지만 '딥 임팩트'는 규모와 특수효과를 앞세운 재난 스릴러가 아니
다. 최루성 휴먼 드라마다. 인간과 문명을 존속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는
지하요새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마련하고 '선민' 1백만명과 동식물
을 대피시킨다. 전문인 20만명은 정부가 고르고, 80만명은 추첨으로 뽑
는다.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작별하는가를 영화는 집요하게
묘사하며 '이래도 안울래' 윽박지른다.
그게 먹히지 않았다면 영화는 초라하고 유치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장정도 최루공세를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
는 부자-모녀, 부부-연인들 모습이 강력한 감정이입 효과를 발휘하기 때
문이다.
여감독 미미 리더는 볼거리의 유혹을 뿌리치고 특수효과를 크게 두
대목에 몰았다. 혜성에 핵폭탄을 매설하는 대목은 조금 어설프지만, 해
일이 도시를 삼키는 장면은 상당하다. 특히 껴안은 부녀를 해일이 덮치
는 신은 미장센이 빼어나다.
데뷔작 '피스메이커'에서처럼 리더는 매우 보수적인 가치관을 드러낸
다. 진짜 특종은 따로 두고 섹스 스캔들에 몰두하는 언론, 시뮬레이션으
로만 훈련받고 책 한권 지니지 않은 채 우주선에 오른 비디오세대를 그
리며 비아냥거린다.
모건 프리먼, 로버트 듀발, 맥시밀리언 셸, 바넷사 레드그레이브까지
중후한 연기진이 신뢰와 편안함을 더한다. 스타에게 거액을 들이느니,영
화를 잘 만드는 데 쓰겠다는 스필버그식 캐스팅이다. 그래도 9천5백만달
러를 들였으니, 스필버그가 이끄는 드림웍스로선 첫 블록버스터인 셈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