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베스트극장'은 8일 IMF시대 가장의 슬픈 초상을 그린'반가
사유상' (김원석 극본·김승수 연출)을 내보낸다. 대기업 부장을 지낸
중년 실직자가 미술대 누드모델로 나선 하루 동안 이야기다. 80년대부
터 TV 단막극에서 사회 세태를 주로 다뤄온 김승수 PD가 7년만에 '베
스트극장' 연출을 맡았다.
박인환은 직장에서 옷을 벗은 데 이어 생계를 위해 옷을 진짜로 벗
는 50대 가장 장영진으로 나온다. 그의 옷벗기는 실직의 비유일 뿐 아
니라 경제한파 앞에서 벌거숭이로 떨고 있는 한국 사회상도 의미한다.
드라마 첫 장면은 서울역 노숙자들이 맞는 새벽이다. 한때 샐러리맨이
었을 양복차림도 보인다. 그중 한 사내가 사추리를 더듬으면서 투덜거
린다."이놈의 IMF고 뭐고 새벽마다 보채는데 미치겠네." 옆 사내가 말
한다. "박제를 해서 캉드쉬한테 보내 봐. 우린 아직도 이렇게 확실한
힘을 갖고 있다구…."다음 장면은 새벽 인력시장. 여기저기 중년 사내
들이보인다. 노동판 십장처럼 생긴 사내가 "돌잔치상 받은지 30년 넘
은사 람들은 일찌감치 뒤로 물러서" 하고 외친다.
이어 드라마는 미대생들 앞에서 벌거벗은 채 반가사유상 모습으로
앉은 주인공 장영진의 현재와 과거 회상을 오가면서 전개된다. 경제한
파 이전엔 단란했던 집안, 접대하느라 룸살롱에서 폭탄주를 돌리던 시
절이 한컷 한컷 등장한다. 그는 지도교수로부터 "졸지 마세요"라고 일
침을 받는다.
카메라는 모델 일을 끝낸 그의 뒷모습을 좇아 도시 빌딩숲을 지나
지하철역까지 따라간다. 그를 태운 막차가 시청자들 시선에서 멀어져
가는순간 화면은 TV 모니터 속으로 기차가 사라지는 액자구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