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죄재연 TV프로그램을 둘러싼 시청자단체와 방송사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기로 방송과 청소년보호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문화에 대한 방송의 역할과
책임이재삼 강조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작년부터 청소년보호법에 따른 청소년 유해 프로그램이라는
등급제가 시행됐고, 또 프로그램 등급제 본격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IMF한파 이후 프로그램 제작비마저 삭감해야 하는 오늘의 방송
현실은청소년 보호를 위한 각종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범죄재연 TV프로그램의 경우 이를 가족시청시간대에 내보내고 있는 방송사에
대해 시청자단체는 모방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수집, 법정투쟁도
불사하겠다는입장이다.

그렇지만 일부 PD들은 편성의 자유권을 내세워 시청자단체의 의도를
순수하게해석하지 않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PD연합회의
기관지 PD연합회보는 그같은 PD들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논란은 청소년, 특히 어린이 보호에 대한 우리 방송의 이해나 연구가
여전히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합일점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방송
프로그램의폭력효과에 관해선 한국의 실정을 감안한 연구 성과가 많지 않아 딱
떨어지게 뭐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청소년 유해 프로그램 등급제만 해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소리를듣고 있다. 청소년의 TV시청에 대한 부모들의 시청지도나 학교 당국의
미디어교육이거의 기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만 그럴듯하게
만들어놓고 그 제도에다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우리 사회, 특히 정부당국의
자세는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보다 청소년문화와 방송의 관계에 대한 성인들의 정확한 인식이 일단은
전제돼야 할 것 같다.

요즘의 방송은 특히 논란이 돼 있는 TV쪽보다 실제로는 라디오가 청소년의
경험과 자아정체성 형성을 획일화시키는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 노래나 사연 신청자의 반 이상이 초.중.고교
학생이고,특히 초등학생들의 참여가 엄청나다는 것은 이제 결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AM이든 FM이든 라디오의 심야 프로그램은 이른바 「학생문화」에 막강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라디오 심야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방송사 판단 아래 방송되고 있다.

결국은 방송을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방송사나 방송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우선될수 밖에 없다. 이같은 전제 아래 저속한 상업주의 문화의 폐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각종 규제제도, 예를 들어 연령별.내용별 등급제, V칩
제도, 청소년보호시간대 등의 도입 방안이 깊이 있게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