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가요무대' 예고방송이 시적 영상으로 50초동안 명상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바람 센 도로변이나 먼 강변에 사는/생각없는 갈대들
은 왜 키가 같을까/긴 갈대는 겸손하게 머리 자주 숙이고/부자고 가난
뱅이도 같은 박자로 춤을 춘다/아, 갈대밭, 같이 늙고 싶은 상쾌한 잔
치판.'.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방송된 '가요무대' 예고편에 마종기
시인의 시집 '이슬의 눈'에 실린 '갈대'가 등장했다. 영상과 음악이 흐
르는 가운데 시 전문이 한행씩 화면에 떴다. 시는 언어예술이라 하지만,
이날 시는 말이 없었다. 성우 낭송 없이 시 한편이 화면을 타고 오르면
서 'TV생각'을 퍼뜨렸다.

'가요 무대'가 이같은 활자 예고방송을 시도한 것은 지난 12일부터.

'울고 싶었습니다/누군가의 등에 기대어/엉엉 울고 싶었습니다/당신 두
고/나혼자만 달려온/내 자신이/야속해/울고 싶었습니다/곁에 당신이/있
다는 것만으로/큰 힘이 된다는 것을/몰랐던 내가 미워서/울고 싶었습니
다.'.

어려운 시기를 맞아 부부애를 새삼 확인하는 중년 가장 심경을 담은
운문의 한 대목이다. 유명 시인 작품이 아니라 '가요무대' 홍경수 PD가
쓴 것이다. 그는 "말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오늘 고단한 삶의
근거인 것 같아 짧은 예고방송에서라도 말을 절제하고 싶었다"고 밝혔
다. 지난 일요일밤 예고방송에서 홍 PD는 북한동포돕기 금식의 날을 환
기하면서 '형제여 가벼워져질 수 있겠나/조금만 아주 조금만 가벼워질
수 있겠나'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