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멀리, 보다 정확하게...골키퍼 수난시대 될덧 ##.

'골키퍼들에게는 악몽을, 스트라이커에게는 희망을…'. 프랑스 월드
컵은 골키퍼들에게 '수난의 무대'가 될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새로
개발된 축구공이 공격수들의 편이기 때문이다. 공의 이름은 '트리콜로
(Tricolore)'. 프랑스 월드컵 공식 스폰서 아디사스사의 제품이다.

트리콜로의 특징은 이전에 비해 공의 반발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
제로 이 공으로 연습 중인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미세한 차이지만 킥이
나 슈팅의 정확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느낌을 말했다. 반면 '꽁지머리'
GK김병지는 "가볍고 스핀이 많이 걸려 제대로 잡지 않으면 튀어나가 번
번이 애를 먹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월드컵에서 가장 각광받는 존재는 호나우도나 클린스만 같은 스타들
이다.

하지만 스타들의 이같은 화려한 쇼도 반드시 공을 매개로 한다. 축
구공은 월드컵에서 묘기와 명장면을 연출해내는 '도구'이자, 90분 경기
의 실질적인 주역인 것이다.

축구공의 역사는 종주국 영국의 과거사로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문
헌에 따르면 11세기 덴마크 정복자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영국인들
은 전장에서 덴마크인들의 두개골을 차는 '게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
진다. 놀이는 즐거웠지만, 인간의 두개골은 차고 놀기에는 발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소나 돼지의 방광이 두개골을 대신했다.

19세기말쯤부터 축구는 오늘날의 형태로 조직화된다. 1872년 영국
축구협회는 처음으로 축구공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다. 가죽 조각도 처
음에는 12개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18개, 26개, 그리고 32개로 늘어
났다. 또 더 원형에 가까운 구를 만들기 위해 고무를 이용해 공의 내부
를 만들었다. 색깔도 1950년대까지는 갈색이 주종을 이뤘으나 점차 눈
에 더 잘 보이는 흰색으로 바뀌었다. 60년대까지 사용됐던 가죽공은 소
재면에서도 합성 가죽과 폴리우레탄 가죽을 섞어쓰다가, 가볍고 다루기
쉬운 폴리우레탄 등으로 진보해 왔다.

● 1970년 멕시코부터 `공식 사용구' 도입.

축구공은 1930년 월드컵 첫 대회부터 일화를 남겼다. 결승전에 오른
주최국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서로 자기네 공을 사용하기를 원했다.

치열한 입씨름 끝에 FIFA의 중재로 두 나라는 공을 전후반씩 나눠쓰기
로 합의했다.

전반전에는 아르헨티나가 2대1로 앞섰으나, 후반전 우루과이 선수들
이 발에 익은 자국 공으로 세차례나 아르헨티나의 골 그물을 갈라 4대
2로 역전승한다. 월드컵의 첫 우승의 영광은 따지고 보면 축구공이 만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월드컵에서 축구공은 여전히 미개척 분야로 남아있
었다.

지금같은 '공식 사용구'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70년 멕시코 대회였
다. 6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기용 축구공 생산에 뛰어든 아디다스는 '산
티아고'라는 이름의 첫 야심작을 내놓는다. 이 모델은 68년쯤에는 세계
주요 국제 경기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후 아디사스의 축구공은 스포츠 마케팅에 새롭게 눈을 뜬 FIFA와
의 계약하에 70년 멕시코 대회 이후 '월드컵 공식 사용구'의 지위를 차
지한다. 전세계 축구공들이 둘레 68∼70㎝, 무게 410∼450g, 공기 압력
0.6∼1.1기압으로 표준화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월드컵사에서 처음 출현한 공식 사용구는 '텔스타(Telstar)'였다.검
은색 오각형 무늬의 텔스타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축구공의
원형'으로 인식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누리며 74년 독일 대회 때까지
사용된다. 이 공의 이름 '텔스타'는 70년대 급증한 TV 축구 중계와도
관련이 있다.

아디다스는 78년 아르헨티나 대회 때는 '탱고(Tango)'라는 이름의
새 공을 내놓는다. 텔스타에서 한 단계 발전한 탱고는 월드컵은 물론,
올림픽과 유럽컵에서도 공식 사용구로 채택돼 유례없는 '그랜드 슬램'
을 기록한다. 32조각으로 이뤄진 이 공은 하도 교묘하게 바느질이 돼있
어 전문가라 할지라도 마지막 바늘이 어디서 끝나는지 찾아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 공기 기포 이용해 반발력 높여.

82년 스페인 대회 때는 '탱고 에스파냐(Tango Espana)'. 아디다스는
이어 탱고라는 이름으로 실내 축구 등 각각의 용도에 맞는 특수 공들을
개발, 시판한다. '탱고 문디알(Tango Mundial)', '탱고 알리칸테(Tango
Alicante)', '탱고 말라가(Tango Malaga)', '탱고 인도어(Tango Indoor)'
등이 쏟아졌다. 탱고 계열 공들의 색깔은 흰색이 주종을 이루었으나,오
렌지색과 노란색 공도 있었다.

다시 멕시코를 찾은 86년 월드컵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축
구공이 등장한다. '아즈테카 멕시코(Azteca Mexico)'는 손으로 기워서
만든 공이었고, 처음으로 폴리우레탄만을 사용했다. '탱고'는 기존의
가죽에 폴리우레탄(합성 가죽)이 가미됐으나 '아즈테카 멕시코'에서는
가죽이라는 소재와 결별하고 새로운 개념의 공으로 탈바꿈한다.

90년 이탈리아 대회는 '에트루스코 유니코(Etrusco Unico)', 94년
미국 대회는 '퀘스트라(Questra)'였다. 퀘스트라는 '스타를 찾아서(The
quest for the stars)'라는 뜻에서 나온 이름으로, 기존의 폴리우레탄
에 기포를 집어넣어 반발력을 높인 공이었다.

'트리콜로'라는 축구공에는 최초로 컬러 그래픽이 동원됐다. 아디다
스는 월드컵 공식 사용구의 이름과 무늬를 대부분 개최국의 이미지에
맞춰 도안했지만 '트리콜로'는 특히 프랑스의 정신과 분위기를 잘 표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빨강과 파랑, 흰색은 프랑스 혁명의 상징이요,
국기의 색깔. 공은 이 세가지 색깔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수탉과 TGV,터
보엔진의 이미지를 뒤섞었다. 아디다스는 수탉의 '꼬리에서 목까지'를
심플하게 형상화한 선의 흐름은 TGV의 속도감을, 또 세갈래 선은 터빈
의 날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트리콜로의 가장 큰 기술적인 혁신은 견고하고 규칙적인 입자로 되
어있는 특수 공기 기포(Syntactic Foam)를 채용했다는 점. 아디다스는
이 기포를 32개의 판넬에 주입, 공의 반발력을 이전보다 크게 향상시켰
다.더 멀리 날아가고, 더 정확한 컨트롤을 할 수 있어 축구 경기가 한
층 박진감 있고,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FIFA와 아디다스는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국에 한해 연습용으로 이
공을 50개씩 나눠줬을 뿐 아직 시판되지는 않고 있다. 94년 사용된 퀘
스트라는 개당 13만원이었는데, 트리콜로는 역대 최고의 '고가품'이 될
전망이다. (옥대환 스포츠레저부 기자).
------------------------------------------------
'FIFA 공인구'는…
'스위스연방 실험연구소' 7가지 테스트 통과해야
------------------------------------------------
FIFA(국제축구연맹)는 각종 대회서 사용하는 축구공에 대해 '공인'
과 '검증'이라는 두개의 카테고리를 적용하고 있다. 전 세계 축구공 제
조회사의 약70개 모델이 'FIFA 검증구(FIFA Inspected)'의 자격을 얻었
지만, 최고 수준인 'FIFA 공인구(FIFA Approved)'는 40개 모델에 불과
하다. FIFA는 '스위스연방 실험연구소'의 첨단 시스템을 이용한 각종
테스트들을 통해 이 자격을 부여한다.

테스트는 ▲원주 ▲구형 ▲되튀김 ▲물 흡수 ▲무게 ▲압력 손실 ▲
형상과 크기 유지 등 7가지 부문에서 행해진다. 이 중 검증구는 마지막
'형상과크기 유지'를 제외한 6개, 공인구는 7개의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인구는 6개 테스트에서도 검증구보다는 기준이
까다롭다.
형상과 크기 유지 테스트는 최악의 경기 조건을 상정해 공이 원래의
모양과 상태를 얼마나 보존하느냐를 체크하는 실험이다. 밀폐된 실험실
에서 강철판과 철봉을 이용, 각기 다른 힘과 속도로 2천번의 슈팅을 가
하고 그 결과를 다시 측정한다.

자격을 획득한 제조회사들은 FIFA에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공
의 표면에 '검증구'와 '공인구'의 라벨을 붙일 수 있다. 그렇다고 FIFA
가 세계 모든 축구공들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있는 것은 아니다. 로열티
지불을 원치 않으면 '국제 경기볼 표준(International Matchball Stan-
dard)' 자격을 얻으면 된다. 제조회사는 FIFA가 선정한 유럽 7곳의 시
험기관 중 한 곳에서 기술적으로 검증구와 똑같은 6가지 테스트를 거쳐
야 한다. 현재 검증구와 공인구의 대부분은 인도 중국 태국 일본 등에
서 생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