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게 돈버는 겁니다.".

IMF 충격으로 소비가 크게 줄어들면서 알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실직한 가장들이 퇴직금을 까먹고 있기 때문에 '퇴직금 경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소득이 줄어들면 역시 아끼는 것이 생활의 기본. 그렇다
고 무작정 쓰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좀 더 싸게 사고, 필요없는
물건들은 서로 바꿔 쓰는 지혜로운 소비가 필요하다. 알뜰 소비를 도와
주는 벼룩 시장들도 최근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 황학동 벼룩시장.

벼룩시장의 원조로 서울 중구 청계천 7가와 8가 사이 삼일아파트 주
변에 형성된 이 벼룩시장은 일제 시대인 1920년대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서 깊다. 1천여개의 크고 작은 상점들과 노점들이 늘어
선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의 다양한 상품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중고 기계와 전자제품 책 옷 시계 악기 장신구 등 종
류도 가지가지. 신품과 중고 제품이 어지러이 널려 있다. 15만원 하는
최신 전자계산기가 중고품이라는 이유로 5만원에 팔린다. 신품 가격은
정가의 60∼70% 선. 음란물도 이곳에서는 지천으로 볼 수 있다. 음란 CD
와 비디오테이프가 거리에 버젓이 진열돼 눈길을 끈다."5천원만 내면 좋
은 테이프 2개를 드린다"며 손님을 유혹하는 노점상들을 쉽게 볼 수 있
다.

● 용산전자상가 주말 벼룩시장.

용산전자상가는 워낙 전자제품을 싸게 파는 것으로 유명하지만,주말
벼룩시장을 이용하면 세일 속의 또다른 세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나진
상가 19동과 20동, 선인상가, 터미널상가 등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벼룩
시장을 개설하고 있으며, 전자랜드는 토요일에 알뜰 시장이란 이름으로
세일 행사를 갖는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용산전자상가에서 평일 유통되는 가격보
다 10%정도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IMF를 맞은 이후 용산전자상가
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상품은 값싼 중고품들이다. 중고 컴퓨터와 주변
기기를 찾는고객들이 부쩍 늘어 PC의 경우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이
때문에 IMF 이전에는 1백여개에 불과하던 중고 PC 판매상이 최근 3백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벼룩시장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나진상가 19동과 20동 사이 4백70평
의 공터에서 열리는 주말 벼룩시장. 좁은 공터에는 만국기가 걸려있고
그 아래로 난전이 만국기보다 어지러이 늘어서 있다. 나진상가 19∼20동
상우회 최중호 회장은 "신모델은 시중가보다 25∼30% 정도 싸며, 구 모
델은 40%에서 60%까지 깍아서 팔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6개월
쯤 지난 구 모델을 사는 것이 알뜰 소비의 한 방법"이라며 "구모델 중에
서도 포장을 뜯고 진열했던 것들은 최고 70%까지 싸게 살 수 있다"고 말
했다.

● 녹색가게.

YMCA에서 운영하는 녹색가게는 물물교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가
전제품과 의류, 장난감, 그림책, 취미용품, 생활잡화 등이 거래된다. 책
과 유아용품은 1백원∼1천원, 옷이나 가방은 5백원∼5천원, 신발 1천원
이내 등 완전한 가격파괴 구매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물물교환이 원칙
이기 때문에 교환용 물품을 가져오지 않으면 구매 수량이 1∼2개로 제한
된다. 교환용 물건을 가져오면 가격을 매긴 뒤 그 가격에 해당하는 다른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원하는 물건이 없으면 교환증을 받아두었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 있다.

서울에는 종로 YMCA본부, 서초구, 동대문구, 중구, 은평구등에 녹색
가게가 문을 열고 있으며, 지방에는 과천과 대전 대구 인천 부천 부산
전주 등에 지부가 설치돼 있다.

● 구청 벼룩시장.

서울의 일선 구청들이 개설한 주말 벼룩시장과 재활용센터를 통해서
도 저렴한 소비가 가능하다. 25개 구청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센터에는 중
고 가전제품과 가구류가 일반 중고 시세보다 30% 정도 싸게 나와 있다.

14인치 컬러 TV가 2만5천원에서 4만원 사이. 2백ℓ 냉장고는 4만∼6만원
에 살 수 있다. 486컴퓨터는 25만∼45만원 정도이다. 서초구가 지난 1월
구청 이면도로에 토요 벼룩시장을 개설하면서 다른 구청들도 주말을 이
용한 정기 벼룩시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서초구에 사는 김영희씨는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처분이
마땅치 않았던 교복을 공짜로 내놓았다"며 "다른 물건으로 바꾸지는 않
았지만 내게 필요없는 것을 남들이 재활용 하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말
했다.

● 인터넷 사내 벼룩시장.

회사 동료들간에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파는 인터넷 벼
룩시장도 등장했다. LG·EDS는 사내 전용 회선을 인트라넷을 이용해 물
건을 사고 파는 사이버 마켓 '온라인 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수
료가 없는데다 직장 동료들간에 이루어지는 거래여서 믿을 수가 있기 때
문에 IMF 시대를 살아가는 알뜰파 샐러리맨들의 인기가 높다.이 회사 엄
윤선씨는 "'삽니다'와 '팝니다' 코너에 현재 3백50건 이상의 매도와 매
수주문이 들어와 있다"며 "부동산 거래에서부터 자동차, PC, 전자제품등
거래 내용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파견을 나가는 직원들과 파
견에서 돌아오는 직원들 사이에는 파견지의 전세 주택을 물려주기 위한
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벼룩시장은 LG 외에도
컴퓨터 관련 업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 외국인 벼룩시장.

서울 정동극장은 지난 2월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극장 내 쌈지마당에서 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상설 국제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핀 빗 반지 한복 모자 등 신변 잡화에서부터 헌책 CD 바이올린 등
나오는 물건들은 일반 벼룩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하지만 외국인
과 어울어진 벼룩시장이라는 점이 다르다.미국인 제랄드 베이커씨는 "한
국에도 벼룩시장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어 외국인들은 참여하기 힘들다"며 "한국에서도 소규모이지만 영어로
거래를 흥정할 수 있는 벼룩시장이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극장측은 벼룩시장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공연도 준비해 공연 구경과
쇼핑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김태훈 주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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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 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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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아파트 단지별로 또는 이웃 주민들이 뜻을 모아 벼룩시장
을 여는 일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알뜰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벼룩시
장을 조직하려 해도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기 쉽다. 주부들
이벼룩시장을 손쉽게 여는 법을 소개한다.

먼저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민들에게 벼룩시장의 취지를 설명하
고 동참할 것을 부탁한다. 동장이나 통·반장 등 주민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을 위원회에 끌어들이면 일이 더 쉽게 진행된다.

벼룩시장 개설에 공감대가 형성되면 시장을 열 날짜와 장소를 정한
다. 열고자 하는 시장 종류에 따라 매주 또는 매달, 계절별로 개최한다.

이를 테면 의류는 계절별로 시장을 여는 것이 좋다. 시간은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토요일 오후로 정한다. 장소는 학교, 아파트단지 공터, 노
인정 등으로 하되, 장소를 빌리려는 곳의 책임자에게 먼저 허락을 구한
다. 시장을 열기 전에 다양한 품목의 물건을 확보해야 호응이 높아진다.

홍보도 중요하다. 취지와 참가 방법 날짜 장소 연락처 등을적은 안내문
을 만들어 아파트 게시판 등에 붙이고, 반상회도 활용한다.

물건 이름과 물건을 내놓은 사람의 성명 연락처 가격 등을 적을 수
있도록 물품 대장을 준비하고, 가격표와 옷걸이 돗자리 탁자 의자 등 행
사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챙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