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10시 서울지법 318호 법정에서는 한 '초라한' 재판이 열렸
다.
기자들을 포함해 방청객은 10여명. 검사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재
판장(손지열·형사30부)은 판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에 걸린 시간은 1분여. 피고인은 97년 내내 온 나라를 떠
들썩하게 했던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작년 이맘때 한보 재판은 전직 대통령 재판이 열렸던 서울지법 대법
정에서 열렸다. 법정은 국내외 보도진 1백여명과 방청객으로 발디딜 틈
도 없었다. 당시 정씨는 당당히 걸어 들어와 또박또박 신문에 답했었다.
또 국회 청문회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무식함'을 질타하기까지 했다.한
보철강에 대한 집착도 강했고 재기의 의지도 보였다.
그러나 1년 뒤. 고혈압과 당뇨등 지병으로 고생하는 정씨는 휠체어에
의지해서 주소를 묻는 재판장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1년6월의 형
이 추가돼도 70대의 병약한 노인은 그저 눈을 감고 휠체어에 기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에 한 번씩 구치소 신세를 졌던 장남 종근씨와 3남 보근씨도
선고를 본 뒤 말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한보는 이제 조그마한 중
소기업일 뿐이다"는 한 한보 직원의 탄식처럼, 10분의 1로 줄어든 법정
규모처럼, 한보와 정 총회장 주변은 1년새 그렇게달라져 있었다.
( 권대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