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몇달이 지나서야 당신 안부를 묻는 이 못난 남편을 용서하
시오. 들판에는 푸르른 봄이 찾아 왔건만 내 마음은 싸늘한 엄동설한
같구료. 오늘도 신문지 한장 바닥에 깔고 누워 내일의 희망을 위해 외
로운꿈을 키운다오.'(김진팔).
'보고 싶고 사랑하는 당신에게. 집을 떠난지 벌써 3개월이 지났구
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소. 곧 막일자리가 생
길 것 같으니 조금만 참으시오.' (서울역에서 박훈희).
16일 오후 서울역 광장. 사랑의전화 복지재단(회장 심철호)이 마
련한 '부치지 못하는 편지' 프로그램에 참가한 노숙-실업자들은 집에
두고온 아내와 자식걱정으로 가득찬 사연을 한자한자 편지지에 담았다.
집주소를 쓴 사람의 편지는 부쳐주지만, 1백여통의 '서울역 광장
발' 편지에는 대부분 수신지가 공난으로 남아 있었다.
고향에 두고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절절하다.
'어머님전 상서. 보고싶은 마음에 눈물을 삼키며 몇자 적어올립니
다.못난 자식 걱정하시며 밤을 지새우는 어머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
을 가려 마음이 아파옵니다. 오늘도 서울역을 맴돌며 어머님 생각으로
잠자리에 듭니다.'(서울역에서 아들 기주 올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한 만큼 사회에 대한 원망도 사무쳤다.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해주면 떠나지 말라고해도 떠납니다. 일자리
를 찾아다니고 있는 우리에게 용기를 잃게 하지 마십시오." 편지쓰기
와 함께 마련된 실직-노숙자 발언대에선 그동안 받은 설움과 수모, 그
리고 이를 뛰어넘자는 호소로 가득찼다. '다시 힘을 내자' '정부가 각
성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에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사랑의전화'는 이날 노숙-실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응급전화 개통
식과 함께, 봄점퍼 5백벌과 목욕탕 무료 이용권 1백장을 나누어 주었
다. (02)717-1452∼3. (최홍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