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스타들, 70년 멕시코대회 이탈리아·서독 준결승 꼽아 ##.

'월드컵 사상 최고의 명승부는?' 작년 6월 프랑스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L' quipe·팀)'는 98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는 마침 잉글랜드 이탈리아 브라질 국가대표팀을 불러 4개
국 친선 축구대회를 가졌고, 왕년의 스타들이 이 대회를 보기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펠레, 요한 크루이프,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보비 찰튼, 베켄바
우어, 스탠리 매튜스, 에우제비오, 지코…. 레퀴프지는 여기에다 프
랑스 월드컵 조직위(CFO) 공동 위원장인 미셀 플라티니까지 포함,현
대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50명에게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3경기를 뽑아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이 뛴 월드컵 본선 경기는 모두 4백54게임, 결승전 출전 횟
수만 1백2차례. 저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불세출의 스타 50명을 한
데 묶었다는 기획 자체만 해도 대단한 화제가 됐다.

설문조사 결과 최고의 명승부는 올드팬들의 기억에도 생생한 70
년 멕시코대회 준결승 이탈리아·독일(당시는 서독)전이었다. 70년
6월 17일 멕시코시티 아즈텍 스타디움서 벌어진 이 경기는 4대 3으
로 이탈리아가 승리했다. 21분 동안 6골이 터졌고,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명승부였다. 50명 중에13명이 이 경기를 '최고'라고 응답했
다.

명승부 2위는 나흘 뒤 벌어진 같은 대회 브라질·이탈리아의 결
승전. 브라질은 독일전에서 기력이 탈진한 이탈리아를 4대 1로 누르
고 대회 3연패, 줄리메컵을 영구 은퇴시킨다.

3위는 82년 스페인 월드컵 본선 2라운드 이탈리아·브라질전. 이
탈리아는 파올로 로시의 대활약에 힘입어 브라질을 3대 2로 물리쳤
다. 4위는 역시 82년 대회 4강 독일·프랑스전. 독일은 프랑스와 전
후반 90분을 3대 3으로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잉글랜드가 독일을 4대 2로 물리친 66년 영국 월드컵 결승전은
5위로 선정됐다. 58년부터 70년까지 월드컵에 4회연속 출전했던 '축
구황제' 펠레는 70년 멕시코대회 본선 1라운드 영국과의 경기(1대 0
승리)를 1위로 꼽았고, 2위는 자신이 17살 때 2골을 뽑아내며 스웨
덴을 5대 2로 꺾었던 58년 대회 결승을 들었다. 베켄바우어는 한쪽
팔을 붕대로 고정시킨채 뛰었던 70년 이탈리아와의 4강전을 역시 월
드컵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월드컵의 경기마다 박진감이 넘치지 않는 것이 없지만 70년 대회
서 이탈리아와 독일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였다. 경기는 로베르토
보닌세냐가 전반 7분 첫골을 터뜨려 1-0으로 이탈리아가 앞서갔다.
90분은 어느새 흘러갔고,이탈리아의 승리로 끝나는 듯싶었다. 하
지만 주심은 전광판의 시계는 멈췄으나 2분여의 루스 타임을 계산해
휘슬을 불지 않았다. 후반 46분 그라보프스키가 이탈리아 문전으로
낮고 강한 센터링을 올려보냈고 총알처럼 달려들던 슈넬링거가 오른
발로 밀어넣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경기종료 15초 전의 일이었다. 1-1에서 시작된 30분의 연장전은
한골씩 주고받으며 일진 일퇴를 거듭, 팬들에게 축구라기보다는 '농
구'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독일은 연장 5분 게르트 뮬러의 득점으로 2-1로 앞서 나간다. 이
탈리아는 5분 후 리베라의 프리킥을 부르니치가 차넣어 다시 2-2 동
점. 연장 전반이 끝나기 직전 이탈리아는 리바의 추가골로 3-2로 승
기를잡는다. 물고 물리는 두 팀의 접전에 숨을 몰아쉬어야 했던 스
탠드의 관중들도 나른한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설마 더 이상 골이
터지지는 않겠지…".

진영을 바꾼 두 팀은 연장 후반 다시 한번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전개, 팬들을 열광시킨다. 연장 후반 5분. 독일의 뮬러는 대회 득점
왕을 굳히는 자신의 10번째 골을 성공시키면서 3-3으로 경기를 원점
으로 돌려놓았다. 독일은 내친 김에 이탈리아를 거세게 몰아붙였고,
이탈리아는 웅크린 자세로 수비에 전념하는 듯했다. 하지만 1분 후
이탈리아는 전광석화 같은 반격으로 파란만장한 드라마의 막을 내린
다. 선취골을 뽑아냈던 보닌세냐가 독일의 왼쪽을 파고 들면서 공을
중앙으로 올려보냈고, 리베라가 공의 각도를 바꿔 독일 골네트를 출
렁이게 한 것.
다음날 이탈리아의 한 신문은 '당케 쉔(감사합니다)'이라는 독일
어로 1면 머리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결승 진출을 하게 해준
독일과 당시 독일대표팀 헬무트 쉔감독에게 감사한다는 이중적인 의
미를 함축한 제목이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사력을 다해 독일을 뿌리치고 결승에 올랐으
나 4강전에서 너무 힘을 쏟은 탓인지 브라질에 1대 4로 무릎을 꿇었
다. '명승부 2위'로 꼽힌 70년 대회 결승전은 경기의 내용보다는 승
자 브라질 대표팀의 화려한 라인업과 환상적인 플레이로 후한 점수
를 받은 케이스다.

● 펠레의 브라질팀 '사상 최강'.
지금도 축구 전문가들은 70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브라질을 '사상
최강의 대표팀'으로 꼽고 있다. 펠레는 제쳐두고라도 '왼발의 달인'
리벨리노를 비롯, 자일징요, 게르손, 토스타오, 카를로스 알베르토
등은 '축구 왕국' 브라질에서도 20∼30년만에 한번 배출될까 말까한
재간꾼들이었다.
경기는 펠레를 핵탄두로 장착한 브라질이 공격을,이탈리아는 예
의 '카테나치오(빗장 수비)' 포진으로 수비에 치중하는 양상이었다.
전반18분, '검은 진주' 펠레가 헤딩슛으로 골 퍼레이드의 물꼬를
텄다. 이 골은 또 브라질대표팀이 역대 월드컵서 기록한 100번째 득
점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지녔다.

먼저 한 골을 내준 이탈리아는 빗장수비의 최종 라인을 미드필드
부근까지 끌어 올리면서 반격의 기회를 엿본다. 전반 38분. 이탈리
아의 보닌세냐는 브라질의 백패스를 가로채 만회골을 터뜨렸다. 이
미 월드컵을 두 차례 거머쥔 이탈리아 축구의 강미를 유감없이 과시
한 한골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환상 특급' 브라질 대표팀의 기세를 막기에
는 역부족이었다. 슬로 템포에서 하이 스피드로의 변화, 현란한 드
리블, 상대 밀집수비 속에서조차 자유자재로 볼을 다루는 개인기…
브라질은 이탈리아보다는 몇 단계 위의 축구를 구사했다.

후반 21분 게르손의 중거리포가 불을 뿜어 스코어는 2-1. 5분 후
브라질은 게르손에서 시작돼 펠레와 자일징요로 이어지는 세번째 골
로 이탈리아의추격 의지를 완전히 잠재운다. 경기 종료 3분 전인 후
반 42분. 브라질의 클로도알도는 그림 같은 드리블로 이탈리아 수비
수 세명을 따돌린 뒤 자일징요에게 패스, 펠레는 오른쪽서 달려드는
알베르토에게 다시 공을 내주었고 알베르토의 강슛은 골문 왼쪽 모
서리를 파고 들었다. 4대 1. 당시 브라질팀을 이끌었던 자갈로 감독
은 "오늘의 승리는 브라질의 승리에 앞서, 유럽에 대한 남미 축구의
승리며, 수비 축구에 대한 공격 축구의 승리"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탈리아는 82년 스페인 대회서 브라질을 상대로 통쾌한 설욕전
을 벌인다.

'명승부 3위'의 주인공은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파울로 로
시. 78년 월드컵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로시는 79년 국내 프로 리
그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렸다가 대회 석달 전 '사면장'을 받은 터
였다. 로시는 이 경기서 해트트릭을 기록, 브라질을 3대 2로 꺾는데
수훈을 세움으로써 전국민의 우상으로 '복권'되는 감격을 누린다.

경기는 줄곧 이탈리아가 앞서고, 브라질이 추격하는 양상이었
다. 첫골은 전반 5분 로시의 헤딩슛. 브라질의 지코·소크라테스 콤
비는 곧바로 동점골을 성공시킨다. 로시는 다시 브라질 수비진의 실
수를 틈타 한 골을 추가,전반전을 끝낸다.

후반 브라질 팔카오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도 결국 로시의 '원
맨쇼'로 무위로 돌아간다. 기세를 탄 로시는 이어 폴란드와의 준결
승서도 2골을 기록했고, 독일과의 결승서도 선제골을 터뜨려 이대회
최고 슈퍼스타로 각광받는다. 이탈리아는 로시의 활약으로 브라질에
이어 월드컵 통산 3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다.

'명승부 4위' 82년 프랑스·독일전은 70년 이탈리아·독일전에
못지 않은 짜릿한 드라마였다. 전후반 90분은 1-1. 독일의 리트바르
스키가 선취골을 뽑아냈지만 프랑스의 미셀 플라티니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프랑스는 연장 2분과 9분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3-1로
멀찌감치 달아났지만 독일 전차 군단도 만만치는 않았다.

독일은 놀라운 응집력을 발휘하며 루메니게와 피셔가 잇따라 프
랑스의 네트를 갈랐다. 3-3. 결국 승부 차기에 들어갔고, 독일은 프
랑스의 6번째 키커 보시의 실축으로 5-4로 감격의 승리를 맛본다.

5위인 잉글랜드·독일의 66년 대회 결승전은 전후반 2-2. 연장전
에서 영국은 후반 32분 역전골을 성공시킨 제프 허스트가 2골을추가,
처음으로 월드컵 우승컵을 안으면서 '불러들인 적에게는 지지 않는
다'는 전통을 이어갔다.

두달 후면 막을 올리는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옥대환 스포츠레저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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