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영화화한 '태백산맥'과 TV드라마 '모래시계'는 상영 당시
반공단체로부터 비난과 항의도 받았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역사
를 한쪽 시각에 치중해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건국 50주년을
맞지만 이데올로기 묘사는 아직도 예민하다.

요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중인 창작가극 '눈물의 여왕'은 이런 껄
끄러운 주제를 무리없이 무대에 올려놓았다. '눈물의 여왕'은 50∼60
년대 악극과 영화에서 눈물연기로 이름높은 배우 전옥의 대명사. 강
효실의 어머니이자 최민수의 외할머니인 전옥은 백조가극단을 창단해
주연을 도맡았다. 극은 빨치산과 토벌군간에 이 극단이들이 끼어들며
펼쳐진다.

한국전쟁중 빨치산 토벌대장으로 용맹을 날린 차일혁 총경의 일대
기를 그린 소설 '애정산맥'을 토대로 했다는 이 작품에는 허장강 배
삼룡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고, 극중극으로 가극 '눈 나리는 밤'이
공연되지만 눈물 짜는 신파극은 아니다. 오히려 잔인한 이데올로기가
과연 무엇이냐는데 초점을 맞춘 드라마다.

찡 하는 대목은 여주인공이 울부짖으며 "당신네 남정네들은 집나갈
남편의 아침상을 준비하는 여자들의 심정을 아느냐" "그래 그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았느냐"고 절규하는 장면이다. 바로 처참
한 동족상잔에서 희생당한 최대 피해자 '여성'들의 절절한 통한이다.

이 가극은 인간애와 예술혼 앞에서 혁명이니 이데올로기 하는 것들
이 절대적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 줏대를 유지하고 인간중심적 예
술로 승화된다면 지금까지 껄끄러워하던 부분도, 그리지 못할 금기만
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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