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년 한국 이주...재산털어 6천5백여종 키워 ##.
태안반도 끝자락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 수목원은 '동화의 나라'다. 이곳 18만평에 목련 4백13종을 비롯,
6천5백여종의 나무를 심어 별천지를 만든 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민병갈(77·쌍용투자증권 고문)씨. 칼 밀러(Carl Miller)가 본명인 벽안
의 이 노 신사는 30년 가까이 평일엔 직장 일을 하고 매주 금요일이면 이
곳에 내려와 나무를 심고 거름을 주고 있다.
79년 귀화한 민씨에게 올해는 더욱 뜻이 깊다. 지난해 4월 세계목련
학회총회에 이어 오는 21∼23일 국제수목학회 총회가 천리포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역만리 한국에 와 결혼도 마다한 채 열정을 쏟은 분신이 이
제 외국 전문학자들로부터도 인정받은 셈이다.
그동안 연구 등 특정 목적에만 출입을 허용했던 민씨는 그래서 오는
5월부터는 후원자와 회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일반인에게도 수목원을 개
방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돈으로 수목원을 조성했고 직원 14명의
급료를 줬으나 그가 세상을 떠나면 연간 1억5천만원의 운영비를 조달할
방법이 없는 데 따른 '사후 대비책'이기도 하다. 최근 약간의 남은재산도
모두 재단법인에 넘기도록 해놨다.
1945년 9월 미해군 일본어 통역장교로 처음 한국에 건너온 그가 수
목원을 본격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71년. "62년 우연히 천리포에 들렀다
가 정원이나 꾸며볼까 하는 생각으로 땅을 조금 사뒀습니다. 그러다 전국
의 산을 찾아다니면서 나무에 관심을 갖고 한 그루 한 그루 심기 시작했
지요.".
이후 매년 씨앗을 채취, 세계각국에 보내고 대신 종자를 받는 방법으
로 수종을 늘려나갔다. 한국은행(53∼82년)에서 받은 월급과 주식투자 등
으로 번 돈은 몽땅 수목원에 들어갔다.
자신과 직원들이 사는 사택 등 수목원내 건물 12채를 모두 한옥으로
지은 민씨. "96년 102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곁을 떠나
있은 것이 늘 마음 아프다"는 그의 남은 꿈은 "수목원의 나무가 탈없이
잘 자라주는 것"뿐이다. ☎(0455)72-9727.
(태안=임도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