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4일 개봉)는 기대를 품을 만한 영화였다. 더스틴 호프먼,
샤론 스톤, 새무얼 잭슨이라는 출연진부터 입맛을 돋군다. 감독은?
'내추럴' '레인맨' '벅시'를 연출한 배리 레빈슨이다. 거기에다 '주
라기공원'을 쓴 마이클 크라이튼 원작.
미래에서 온 우주선이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그 안엔 커다란 구
형외계 생명체 '스피어'가 있다. 항공우주국이 각 분야 학자들을 동
원해 조사에 나선다. 스피어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악몽이나 생각
을 그대로 현실로 겪게 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솔라리스'(72년)이
래 '콘택트'까지 낯익은 소재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 SF 데뷔작에서 배리 레빈슨 특유의 이야기 솜씨는 실종
됐다. SF, 공포, 드라마, 어느 한쪽으로도 힘을 싣지 못한 채 헤매고
말았다. 이어지는 의문들을 장황한 대사로 풀어내니, 아무리 황당한
SF라도 최소한의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등장인물 성격은 흐릿하다.
배우들이 연기력을 발휘할 여지도 좁았다.
인물간 갈등 묘사는 겉핥기다. '어비스'나 '트위스터'처럼, 더스
틴 호프먼과 샤론 스톤이 극한상황 속에 재회하는 옛 연인으로 나온
다. 하지만 둘이 어떤 관계였는 지조차 영화는 설명해주지 못한다.희
극에 가까운 라스트신은 해도 너무 했다. ( 오태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