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실업시대가 개막되면서 기존의 일자리보다 보수나 권한, 대외적
인 명예가 떨어지는 직무를 마다하지 않는 '하향 재취업' 현상이 확산되
고 있다. 기능직 직원들은 단순노무직 자리라도, 기업체 임원이나 관리
직들도 사무직원 등 '낮은 곳'으로 각각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
는 것이다.
이번달에 명예퇴직을 앞둔 시중은행 간부 A씨는 가족들의 권유에 따라
중소기업에서 경리실무를 보는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퇴직금으로 창업
을 하거나, 섣불리 동업하는 것보다 위험부담이 적은 것도 '눈 낮추기'
의 한 요인이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고위임원 및 관리직에서 자리를 옮긴
이직자 2천1백43명 중에서 31%인 6백62명이 사무직원으로 '눈높이'를
낮췄다.
또 지난해 12월엔 이직자 1천4백12명중 4백59명(33%)이 사무직원으로
새 직장을 찾았으며, 11월에도 이런 변신이 30%를 차지했다. 반면 대량
실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7월엔 고위임원 및 관리직 이직자 2천53명
의 26%(5백44명)만이 사무직으로 하향 재취업했다.
기능직 근로자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긴기능직근로자 1만1천8백98명중 단순노무직이 된 사람은 4천7백17명
으로 40%였다. 1백명당 40명꼴인 셈. 지난해 11월에도 1만4천9백여명의
36%인 5천3백82명이 단순노무직으로 변했다. ( 이거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