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럽 트로이카(3두마차)의 출범'. 옐친 대통령은 지난 26일 모
스크바 근교에서 열린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콜 독일 총리 등과 가
진 3국 정상회담의 성격을 이렇게 평가했다. 또 "이제 '대유럽'(유럽+
러시아)보다 강력한 조직은 없으며, 이 조직이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라고 말해, 마치 러시아, 프랑스, 독일 3국이 미국의 독주에 대
항하는 새로운 동맹체를 형성하려는 것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러나 콜 독일 총리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그
누구에게 반대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서둘러 해명하며, 회담의
성격과 관련, "우정을 위한 비공식회담"을 강조했다.
사실 옐친 대통령의 이번 '대유럽 트로이카' 발언은 '대외용'이라
기보다는 '대내용'으로 보인다. 구소련의 국제적 지위에 향수를 느끼
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의 대국주의 정서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국내정치 위기에서 탈피하는 것은 옐친이 자주 사용하는 전술 중의
하나이다. 또 콜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은 옐친의 국제적 지위를 과시
하기 위한 소도구 역할을 한 셈이 된 것이다.
반면 콜과 시라크는 옐친 건강 상태와 러시아 국내 정치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
은 대화 주제를 둘러싼 양측의 태도에서 잘 드러났다. 옐친은 코소보
사태 등 유럽안보 문제를 주로 언급하며, 3국관계 강화를 역설했으나,
콜과 시라크는 이 주제를 피해 나가며, 체르노미르딘 전총리의 해임
이유와 키리엔코 총리서리의 총리 임명 여부와 같은 러시아 국내정치
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모스크바=황성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