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좌우명은 무언고?" 스님은 명함을 내미는 기자들을 한사람씩
둘러보며 물었다. 24일 오후3시 대구 파계사 성전암. 20년간에 걸친 칩
거를 마치고 오는 31일 불자들에게 설법을 하기 위해 하산하기 전, 종
교담당 기자들을 만난 자리였다.

철웅(65) 스님. 20년을 하루같이 발을 뻗을 수 있는 넓이의 적묵실
에서 하루 3시간씩 자면서 정진해 왔다고 한다. 성전암은 성철스님이
8년간 철조망을 쳐놓고 장좌불와했던 암자.

갑작스런 질문에 "특별한 것은 없이 그냥 그렇게 삽니다" 등 궁색한
답변을 늘어놓자 스님은 조금 정색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사람은 입지가 있어야지. 자기 계명을 가지고 인격을 완성시키려고
애쓰다보면 인물이 되는거지. 그러면 지혜,즉 자타 일체감이 생겨요.부
처님이나 예수님같은 성현들이지. 소인들은 에고에 빠져 있어요. 욕구
불만과 이기심을 버려야 해요. 예수님은 이웃을 네몸처럼 사랑하라고했
고,부처님은 네 자신이 곧 부처임을 알라고 했어요.".

설법하는 데 성경 구절이 수시로 인용된다. "나는 중이지만 부처님
만을 섬기지 않고 마음으로 예수를 존경하고 공자님을 존경해요. 세 분
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를 가르쳐주셨어." 자기마음
속의 그림자를 지우고 실상을 깨우치라는 부처님이나 하나님 나라는 너
의 마음 속에 있으니 마음이 가난하고 청정하면 하늘이 저희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똑같다는 설명이다.

왜 성철스님처럼 장좌불와를 하지 않느냐는 속인의 물음에 "앉아서
반은 졸고 있는데, 그게 수행이 되겠느냐"며 웃는다. 적묵실 앞에 걸린
편액에 쓰인 불향여래행처행(즉 부처님 수행법이 내 수행법은 아니다)
는 내용과 상통하는 듯 했다. 참선의 화두는 시심마(마음이 무엇이냐는
뜻).

경남 양산출신으로 경남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에 합격했으나 부친사업이 망해 미군부대 통역에도 나섰고 해인사에
머물다가 출가했다. 경봉스님 문하에서 3년간 장좌불와를 포함, 8년간
참선을 했다. 서예, 대금, 다도, 태극권도 상당한 경지. 영어 일어
불어 등 3개국어를 하며 '반야심경과 성서' 등 10여권의 저서가 있다.
31일 파계사에서 열리는 '경제난 극복을 위한 영산대제'에 참석한다.

(대구 이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