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육종업체, 장미 인기 품종 한 그루당 1달러씩 요구 ##.

앞으로는 사랑에 빠진 청년이 여자 친구에게 장미꽃을 선물할 때에
도 외국 기업에 '로열티'를 내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서 인기높은 장미
꽃 품종의 상표권을 모두 보유한 외국 기업이 국내 꽃 도매상들에게 '우
리장미를 멋대로 팔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장을 잇달아 보내면서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미 전쟁'을 선언한 곳은 독일의 세계적인 장미 육종업체인
코르데스사. 각종 화훼류 신품종을 개발, 판매하는 이 회사는 현재 세
계 육종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는 이 분야 세계 최대 업체이다. 네덜
란드 꽃시장에서 경매되는 전체 장미 중 소륜(작은 크기)과 중륜(중간
크기)의 95%, 대륜(큰 크기)의 60%가 코르데스 제품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2년전 상표법에 따라 자신들이
개발한 장미 19개 품종의 상표 등록을 마쳤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국
내화훼 농가 및 도매상이 재배, 판매하는 연 9백억원대의 장미들은 상당
부분 코르데스 품종의 '불법 복사품'이라고 한 변호사는 말했다. 법적으
로는 구찌 등 가짜 외제 핸드백을 몰래 만들어 팔다가 지적재산권을 침
해한 것과 똑같은 상태라는 이야기다.

● 지난해 화훼 6백억원 어치 수입.

코르데스사는 국내 화훼 도매상들에게 "장미 한 그루 당 로열티 1달러
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코르데스측은 특히 인기가 높은 레드 산드라
와 카디널 두 품종을 겨누고 있다. 이들 품종은 현재 전국 2천5백여 장
미재배 농가에서 재배하는 장미 약 8천만그루 중 6천만그루에 이르는 것
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코르데스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이 두 품종에
대한 로열티만 6천만달러(한화 약 9백억원)에 달해, 산술적으로는 전체
장미 판매수입이 고스란히 로열티로 나가게 될 상황이다.

현재 국제 화훼 업계는 30여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국제식물
신품종보호동맹(UPOV) 규정에 따라 신품종을 등록·관리하고 있다. 신품
종개발자는 UPOV에 등록하면 15년간 독점 판매권이 보장되며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UPOV 규정은 로열티를 주고 사들인 식물을 폐기할 때는 사들인 측에서
일부를 몰래 빼돌려 불법 증식시키지 못하도록 반드시 로열티를 받는 측
의 입회 아래 태워버리도록 정해놓을 만큼 엄격하다. 특히 장미나 백합
처럼 쉽게 번식이 가능하고 수요가 많은 꽃일수록 로열티가 비싸다고 한
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훼 수입액은 약 4천만달러(한화 약 6백억원). 대
부분 묘목이나 구근 상태로 들여오는데, 꽃의 종류에 따라 0.7%∼5%까지
의 로열티가 수입액에 포함돼 있다.

이번 '장미 전쟁'의 근본 원인은 사실상 화훼 농민과 유통업자들이
제공했다. 그동안 일부 화훼업자들이 관행처럼 한 번 수입한 묘목이나
구근을 '마음대로' 증식시켜 재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UPOV 가입을 추진중일 뿐 아직 회원국은 아니며, 식물 품종에 대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목적으로 지난 97년 말 시행된 종자산업법의 보호 대상에
도 장미는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화훼 업계 일부에서는 "코르데스가 등록한 상표로 팔지만 않
으면 된다"며 "코르데스측이 협박에 가까운 내용의 편지를 마구 보내 화
훼업계를 지레 겁먹여 무릎 꿇리려는 수법"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르데스에 맞서기 위해 기존의 장미에 코르데스측 등
록상표와 다른 이름을 붙여 독자적인 상표 등록을 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아디다스' 대신 '아디도스'라는 이름을 붙
여파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러나 코르데스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장 법률사무소측은 이에
대해 "그런 편법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등록 상표를 허가 없
이 제조·전시·광고하거나 원래 상표를 연상시키는 비슷한 이름을 붙이
는 것은 모두 상표법에 저촉된다"고 말했다.

화훼 업계쪽에서 볼 때 더 큰 문제는 코르데스가 19개 장미 품종을 상
표 등록뿐 아니라 아예 2년전 특허청에 신품종 특허 출원을 해놓은 상태
라는 점. 코르데스가 한국의 UPOV 가입 여부나 종자산업법 규정과는 별
도로, 특허가 나오면 즉각 화훼 도매상들을 특허법에 걸어 고소할 채비
를 하고 있기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특허법도 동식물에 대한 지적재산
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화훼의 경우는 꽃의 색깔·감촉·향기,
꽃대의 모양 등 종자 특성이 특허 부여 기준이라고 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한국이 UPOV에 가입하거나 종자산업법 보호 대상에
장미가 추가된다 하더라도 소급 입법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미 재배하
고 있는 장미는 상관 없다"는 입장이지만, 특허법으로 소송을 걸 경우
다른 법률의 소급 입법 여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정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허법상 손해배상 소송은 특허 인가 시점이 아닌
특허 출원 사실이 공개된 시점부터 배상액이 계산된다는 점이다. 코르데
스가 특허 출원한 장미 19종은 아직 특허가 인가되지는 않았지만 특허청
에의해 지난 97년중 출원 사실이 모두 공개된 상태이다. 따라서 정말 화
훼업계가 코르데스측과 특허법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여 패소한다면 지
난해 국내 장미 재배·유통 수익의 대부분이 부당 이득으로 간주될 가능
성이 있는 것이다.

● "불응하면 즉각 소송하겠다".

코르데스의 한국 대행업체인 ㈜코르사 정명헌 사장은 "만일 한국 정부
가 소급 적용 금지 등으로 기존의 화훼 업계 관행을 보호하려 한다면 UPOV
가입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그러면 신품종 도입과 화훼 수출이 거
의불가능해지는 등 한국 화훼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따라 지난 3월21일 농림부에서는 담당 공무원과 화훼 업계 관계자
들이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한 관
계자는 전했다.

현재 '장미 전쟁'의 전세는 화훼업계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태.

코르데스로부터 날아든 경고장을 받아든 대형 꽃 도매상 조합들이 속
속 백기를 내걸고 코르데스측과 합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밝히는 합의 내용은 '그간의 불법에 대한 배상은 면제하되
앞으로 로열티 없이 새 묘목을 심지 않고, 이를 어긴 업체는 1억원을 배
상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화훼 업계는 이에 따라 향후 장미꽃 가격이 크
게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로열티를 지불하면 생산
농가의한 송이당 생산비가 10% 이상 인상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이
인상폭이 여러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 사장은 "곧 서울 양재동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도 같은 내
용의 내용 증명 우편을 보내겠다"며 "공사측의 불법 유통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놓았다"고 덧붙였다. 민간 도매상들에게 잇달아 승전보를 올리고
있는 코르데스측이 '상표권 보호'라는 전선을 재정비해 공격대상을 한국
정부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동혁 주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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