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트화 폭락에 동양인 대신 유럽·미국인 관광객 몰려 ##.
'방콕의 햇볕은 동양을 비추고, 달빛은 서양을 비춘다.' 방콕의 낮
과 밤의 거리 변화를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표현이다. IMF시대를 맞으면
서 방콕의 상업 중심가 인파는 거의 절반 이상 줄었지만, 저녁이면 유
럽과 미국에서온 관광객들이 도심은 물론 외곽 지역까지 몰려나와 거리
를 메운다.
최근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달러등 외국 화폐가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휴양지 파타야의 경우는 낮에는 홍콩 해변, 밤이
면 프랑스의 리스 해변으로 불릴 정도. 전반적으로 혹독한 불경기가 계
속되고 있지만, 관광 산업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일년
중가장 더운 3∼4월에는 관광객을 거의 볼 수 없었으나 올들어서는 벌
써부터 특수를 맞고 있다.
태국 관광호텔조합의 진흥과장 피차이(36)씨는 "호텔 객실이 남아돌
아 특별 할인을 실시해야 할 시기인 4월이 가까와 오는데도 관광객이
늘어할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
다.
● 한국인 경영 유흥업소들 거의 폐업.
실롬거리의 팟퐁과 함께 방콕의 대표적 유흥가인 수쿰빗 거리. 울긋
불긋한 조명과 함께 초미니 차림의 여인들이 손님을 끌어들이느라 한창
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유리창을 사이로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여
인네들의 모습도 예전과 다름없다. 차이라면 그동안 방콕의 유흥가에
주고객이었던 일본,한국 등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로 바뀐 것뿐이다.
이곳 '나나 프라자'의 바걸인 농(21)양은 "불경기로 작년말에는 고
향인 태국 동북쪽 이싼 지방에 돌아갔었다"며 "생각지도 않게 방콕으로
다시 와 일을 할 수 있게 돼 큰 행운을 잡았다. 이제는 노부모 생활비
와 남동생 학자금을 보낼 수 있게 됐다. '활랑'(태국어로 서양사람을
지칭하는 말)들이 더욱 많이 유흥업소로 몰려오고 있고 팁 인심도 좋아
졌다"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런 현상은 팟퐁, 타니야, 카오산 거리 등 방콕시내 다른 유흥가에
서도 마찬가지다. 불경기를 맞아 폐업 준비를 했던 태국의 환락가는 기
대하지 않았던 호경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장사가 안돼 고향
으로 돌아갔던 향락 산업 종사자들이 다시 돌아온 것도 IMF시대 이후
방콕이나 파타야의 모습이다.
IMF시대에 방콕에서는 달러화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달러화 가치
가 두배 안팎으로 뛰어오르면서 가족 단위의 아시아 국가 관광객들이
눈에띄게 줄어든 반면, 개인적으로 들어 오는 서양인들이 급증하고 있
다. 서구 관광객들의 3분의 2가 독신이며 대부분 유흥업소에 머물다가
돌아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양인이라곤 일본, 홍콩, 대만인들이
고작이며 그것도 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연평균 50만명을 헤아리던 한국 관광객들도 요즘 태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다. 한국인이 경영하던 유흥업소들은 거의 문을 닫거나 폐업
을 앞두고 있는 실정.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연평균 4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였던 태국은 올해는 1억달러 달성도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국이 한동안 호경기를 누리던 지난 몇 년간은 러시아, 동유럽 및
중국인 여성들까지 향락 산업에 가담했었다. 그러나 태국 바트화의 폭
락으로 현재는 이들의 3분의 2이상이 귀국하거나 귀국 준비를 하는 것
으로 알려졌다.
● 정부, 향락산업 바로잡기 안간힘.
이들 대신에 최근에는 태국의 인접국인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중
국 남부 및 베트남에서 연간 약 1백만명의 단순 노무자들이 잠입하면서
10대는 물론 아동들까지 유흥업소에 흘러들어오고 있다. 미얀마 국경지대
를 취재한 미국인 사진기자 엘랜 브루노(37·여)씨는 "에이즈에 걸려 죽
어가는 소녀 등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지구 한구석 깊숙한 산속에서 일
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들 밀입국자들은 최종 목적지인 방콕으로 들어오기 위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다. 검문을 피하기 위해 트럭 짐 가운데 움크리고 있다가 급
정거로 압사하는가 하면, 수출 화물 운반용 콘테이너에 실려오다 질식사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밀입국자들은 빚까지 내 검문이 없는 비행기를
타고 들어오기도 한다.
태국에서 유독 향락산업이 번창하고 있는데 대해 태국인들의 성 관념
에서 근본 이유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혼전 성관계를 가진 딸에게 부모
들이 흔히 하는 말로 '싸이 따크라 랑 남'이란 태국 속담이 있다. "가서
물로 닦아라"는 뜻. 그러면 원상복구(?)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
다.
비교적 일찍 서구 문화를 받아들인 태국 국민들은 대체로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성 관념을 갖고 있다. 전래적으로 남성의 상징을 힘과 행운으
로 여기며 심지어 남자들까지도 남성 상징을 모형으로 만든 열쇠고리를
지니고 다닌다. 방콕 시내의 고급 호텔에는 나무와 돌을 다듬어 만든 남
성의 심볼들을 설치해 놓고 행운을 비는 신당을 설치한 곳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여기에 서양인과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이 향락 산업의 뿌리를 내리게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향락산업을 바로잡기 위해 최근 미성년자와 성관
계를 갖으면 최고 6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법령을 제정했다. 아동의 유흥
가 유입을 막기 위한 태국 정부의 노력은 필사적이라 할 수 있다. 고등학
교와 대학교에서도 처녀성을 보존하자는 '락 느안상으아 투아' 운동을 전
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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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향락산업
수입 연 250억달러…정부 1년 예산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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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같이 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태국의 국내경기도 찬 바람을
맞고있다. 올해 경제성장은 마이너스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하는 학자
도 있다.
그러나 관광 부문은 예외다. 태국정부는 올연초 관광 진흥을 위해
'Amazing Thailan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외화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년간의 행사 기간중 관광청은 약 1천8백만명의 관광객 유치와
1백50억 달러의 외화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태국정부는 외국 관광객들이 전국의 관광명소를 찾는 대신,
방콕시내의 유흥업소만 들르는 것에 탐탁치않은 눈치다.
출라롱콘 대학 정경연구소에 의하면 94년 기준으로, 태국 정부의 연
간 예산이 2백50억 달러인데 비해 태국내에서 움직이는 검은 돈은 3백
억 달러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매춘이 마약 거래의 5배,
무기 밀매의 9배나 많은 액수로 약 2백5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태국의 외환 위기가 시작된 97년 7월이후 내수 위주 제조업체들의 파
산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유흥업계는 끈질기게 살아남는 생명력을 보이
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대학교 법대 위팃 문타본 교수는 "주변국들이 모두 인신매매 방
지법을 갖추고 있지만, 산업화를 서둘러 고용 창출을 하지 않는 이상
인위적으로 인신매매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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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신매매 취재한 미 사진기자 부르노씨
"대부분 12∼15세…매춘행위 강요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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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엘랜 부르노(37·여)는 최근 미얀마 여성
들이 태국 매춘가로 흘러오는 루트를 집중 취재했다. 미국 방송사가 선
정한 다큐멘터리 부분의 최고상을 받은 바 있는 그녀를 만나 미얀마 국
경에서 태국으로 '밀수'돼 오는 미얀마 아동 및 여성들의 실태를 들어
보았다.
▲ 어린이가 정말 많은가.
"많은 정도가 아니다. 대부분이 12세에서 15세의 아이들이다.18세나
20세가 넘으면 늙은 사람 축에 든다. 가난한 산간 오지이기 때문에 부
모들이 인신매매 조직에 돈을 받고 팔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태국으로 밀입국하는 미얀마의 여성들이 얼마나 되나.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태국 접경에 있는 마을 여자 아동의 80% 이
상이 태국 내로 유입된다고 보면 틀림 없다.".
엘랜 기자는 미얀마 접경지역에서 촬영한 한시간짜리 비디오 테이프
를 보여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가난한 고향을 떠나 단돈 2천5백바트(한화 10만원 상당)에 팔려 오
면서 독충에 쏘이며 정글을 넘어오던 이야기, 몸 팔면 돈을 벌 수 있다
기에 한쪽다리를 잘라 파는 줄 알고 목발 살 준비를 했다는 어린이, 악
덕포주들에 넘겨진 수많은 어린이와 여성들이 질병과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정신병으로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어린이, 밖으
로 잠겨진 좁은 방에서 하루 최고 12명의 손님을 받아야 했다고 털어놓
는 어린이,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1년에 1천명의 남성과 잠을 자야
했던 15살 소녀 이야기….
엘랜 기자는 순진한 어린이들이 성과 노동의 현대판 노예로 끌려오
는 루트를 지켜 현장을 고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콕=안주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