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이상 부서장 38명 중 28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한 23일 안
기부는 '대혁명' 직후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부 창설 이래 최대규
모의 숙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날 1급이상 인사에 이어, 곧 단행
될 2-3급 인사에서도 '대숙정'이 예고돼 있다. 더구나 이번 대숙정
대상은 줄잡아 1천명정도에 이른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어,
부내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뒤숭숭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
금까지 일손을 완전히 놓은 채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한 불안감에 휩
싸여 있던 부원들은 이날 인사내용이 예상보다 강도가 훨씬 높자, 안
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안기부내에서는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두고 '저
항'의 기운마저 있었다고 한다. 특히 권영해 전 부장이 검찰 조사 과
정에서 자살을 기도한 이후 부내의 수군거림이 가라앉지 않아왔다고
한다.안기부 수뇌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부서장급으로부터 일괄사표를
제출받아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조기에 씻으려는 포석이
라는 설명이다.

이날 사표가 수리된 1급이상 인사의 명단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김현철 인맥으로 분류됐거나, 구 여권에 밀착돼 '특혜'를 누
려온 고위직들이 이날 인사에서 대기발령 등의 방식으로 대폭 정리됐
고, '북풍공작' 혐의가 짙은 인사들도 모두 정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기부는 이날 고위직 인사와 더불어 새로운 조직개편을 통해 안
기부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골격은 국내정보분야(1차장 담당)의
축소와 해외정보 수집(2차장 담당) 기능의 강화. 우선 상징적인 조치
로 1·2차장을 맞바꿔 해외정보 분야를 선임부서로 하고 인력도 집중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인사까지 마무리될 경우 안기부 창설이래 처음으로 기구의 규
모에서부터 국내 정보분야 인력이 해외 분야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
다. 국내 경제정보 수집을 맡았던 인력의 상당수도 해외정보 담당으
로 자리바꿈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종전과 비교할
때 국내정보 담당 인력은 절반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이종찬 신임부장의 개편 '철학'에 따라 공보
관실은 확대개편되고 기능도 강화된다. 일부 지원부서의 인력도 감축
된다. 창설이래 30여년간 큰 변화를겪지 않았던 안기부로서는 혁명기
를 맞은 셈이다.

안기부는 후속인사 등을 통해 개편체제 아래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울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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